'증권사만 체면치레'…농협금융, 은행·보험 '성장 동력' 꺾였다
입력 2026.04.29 14:13

증권사 '비은행 순익 기여도' 74%…시장 변동성에 저당 잡혀
은행은 '정체' 보험은 '역성장'…날개 꺾인 수익 구조 '우려'
순익 22% 성장세에도…CET1 하락으로 밸류업 동력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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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실적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시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증권 계열사의 선전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가운데, 지주의 균형 성장을 이끌어야 할 보험 등 핵심 계열사들은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868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7% 순익 성장세를 이뤄냈다. 비은행 부문의 순익 기여도가 확대되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받은 모습이다.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40.5%로 전년 동기(28.2%) 대비 12.3% 상승했다. 이에 따라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3% 급증한 9036억원으로, 7.3%(1501억원) 늘어난 이자이익에 비해 상승폭이 비교적 컸다.

    문제는 이 성과의 대부분이 NH투자증권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순익으로 4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8.5% 순익 성장을 시현했다. 지배주주 지분율을 반영한 비은행 계열사 전체 순익 중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3.8%에 달한다. 사실상 증권 업황에 지주 전체 실적이 영향을 받는 형국인 셈이다.

    같은 기간 타 금융지주 역시 수익 증가의 상당 부분을 자본시장 관련 이익에 기대고 있지만, 비은행 계열사 합산 순익 중 증권사의 기여도는 50% 미만이다. 이는 농협금융이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변동성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지주의 근간인 NH농협은행은 사실상 '수익성 정체' 구간에 진입했다. 농협은행은 1분기 순익으로 557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이 6.9% 늘었음에도, 금리 환경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용 지출과 일반관리비 증가가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은행 부문 성장 여력의 구조적 한계도 감지된다.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75%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24년 2% 수준에서 하락한 이후 지속적인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는 시장금리 변동성을 포함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와 조달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험 계열사의 실태다. NH농협생명의 1분기 순익은 272억원으로 전년(651억원) 대비 58.2% 급감하며 '반토막'이 났다. 업계 일각에서는 IFRS17(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장성 보험 중심의 수익 창출 포트폴리오 전환이 늦어 손익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손익 역시 업계 전반적으로 불어닥친 악재인 '금리 변동성'에 의해 부진을 겪고 있다. NH농협생명은 1분기 기준 투자손익이 118억원 적자 전환한 상태다. 이는 자산운용 역량으로 업계 수익성 침체를 극복하던 지난해 보험사의 경영 전략이 비우호적인 금리 환경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전략으로 자리잡았음을 뜻한다.

    NH농협손해보험은 순익 399억원을 기록하며 수치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해 대규모 재해 보상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 보험 본연의 기초체력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 창출로 증권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보험 계열사가 오히려 역성장하며 지주의 리스크 분산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농협금융의 불안한 수익 성장과 함께 자본 적정성 지표도 후퇴하며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하며 향후 금융당국의 밸류업 요구에 부응할 주주환원 정책이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에 대한 제한 요소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농협금융의 1분기 기준 CET1 비율은 12.03%로 전년 동기 대비 0.16%포인트 하락했다. 자본 규모 자체는 늘어났지만, 위험가중자산(RWA) 등 자산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자본 적정성 지표에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농협금융의 RWA 규모는 1분기 기준 22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시장에 따라 변동성이 큰 증권사 실적에 기대 전체 실적을 방어하는 구조는 외발자전거를 타고 가듯 불안한 형국"이라며 "특히 농협지주는 수익 구조상 핵심 변수로 농업지원사원비 지출이 있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 잡힌 성장 없이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