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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연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사업 내부적인 균열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익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책임지는 가운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원가 상승과 수요 둔화로 방어 전략에 치중해야 하는 형국이다. 앞으로 계속될 성장세에 이견은 없으나 노사 갈등 격화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서서히 가시화할 전망이다.
30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1분기 매출액이 133조8734억원, 영업이익이 57조23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9.1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6%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전 분기에 이어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사실상 반도체(DS) 부문, 그 중에서도 메모리 사업부가 전사 실적을 홀로 견인하고 있다. 1분기 DS 부문 매출액은 약 8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5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90% 이상이 메모리 사업부에서 발생했고, 이익 기여도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업계 전반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전방 인공지능(AI) 수요는 갈수록 커지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덕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제품의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는 각기 가이던스에 부합하거나 소폭 상회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램과 낸드의 합산 평균판매단가(ASP)는 각각 90% 초반, 80% 후반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이나 소캠(SOCAMM), 서버용 SSD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내년까지도 메모리 제품의 공급 부족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분간 메모리 중심의 실적 성장,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거라는 얘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토큰 처리량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AI 생태계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당분간 AI 수요가 성장 모멘텀을 이끌 전망"이라며 "신규 팹(Fab) 확보에 필요한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공급 증가 여력은 제한적이고 27년 수요까지 미리 접수되고 있어 공급부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사업의 호조가 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생산) 등 DS 부문 전반적인 수혜로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는 HBM에 필요한 4나노 공정 기반의 베이스다이 수요가 확대되면서 선단 공정 가동률이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HBM 판매 확대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로직 수요가 파운드리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일부 고객사들은 메모리 물량 선점을 위해 파운드리와 묶어 턴키(일괄) 발주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DS 부문이 메모리를 발판 삼아 파운드리 수주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이날 DX 부문에 대해선 우려 섞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모바일(MX) 사업부나 영상디스플레이(VD), 가전 사업부까지 방어 전략 외에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한 기관투자가는 "가전 사업부가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면서 추진 중인 상황을 공유해달라 요청했다. 회사는 가전 사업부가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관세나 지정학 분쟁으로 대외환경이 악화하고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사업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돌입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주력인 MX 사업 역시 2분기 매출액이 직전 분기보다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감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로 매출 방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지만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인정했다. 전방 고객사들이 원가 관리에 들어간 만큼 패널 판가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디스플레이 사업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메모리 가격 상승이 DS 부문에 호재로 작용하는 반면 DX 부문에는 비용 압박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원가 부담을 고객에 전가하기 어려운 사업 특성상 수익성 방어를 위해 비용 절감과 제품 믹스 조정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여기에 노사 갈등에 따른 비용 변수도 다음 분기로 이연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성과급 협상과 관련해 1분기 실적에는 관련 충당금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2분기 이후 비용으로 반영될 예정이라는 얘기다. 5월 예정된 총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결국 1분기 실적은 메모리 호황에 따른 이익이 먼저 반영됐을 뿐, 이에 따른 인건비나 노사 갈등 비용은 이연된 결과로 풀이된다. 메모리 사이클 강세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인 데다, 수익성 개선 속도가 잠재 비용을 압도할 전망이기는 하나 향후 성과급 규모와 파업 여부에 따른 비용 불확실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23만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2% 가까이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