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보수 챙기고 줄이탈…제이알글로벌리츠 '운용 무책임' 논란
입력 2026.04.30 14:55

자산 편입 이후 잔류 운용 인력 단 1명 불과
유상증자 철회후 창업주 이방주 회장 돌연 사임
"자산운용 연속성 결여"…배임 혐의 고발 예정도

  • (그래픽=이지연)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기업회생 신청을 두고 운용사의 무책임 논란이 번지고 있다. 자산을 직접 매입하고 상장을 이끌었던 운용 인력이 대부분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창업주인 이방주 회장마저 위기 고조 시점에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물러나면서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인원을 전원 배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가 2020년 상장 당시 벨기에, 맨해튼 자산 편입을 주도했던 운용 전문인력 중 현재 회사에 잔류한 인물은 단 1명에 불과하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린 인물들이 사실상 전원 이석한 상태에서 현재의 운용진이 당시 자산의 리스크를 온전히 파악하고 관리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하는 사람 따로, 관리하는 사람 따로인 구조"라며 "상장 당시 인력이 대부분 없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자산운용의 연속성이 결여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창업주인 이방주 회장의 행보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인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제이알투자운용을 설립했다. 비교적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 직후인 지난 2월 10일 대표이사직을 돌연 사임했다. 다만 사내이사로서 등기임원직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표이사직을 돌연 사임해 회사 측이 위기 상황을 미리 짐작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 신청은 유증 계획 철회가 시발점이 됐다. 회사는 올해 1월 말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환헤지 정산금 마련과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었으나, 벨기에 오피스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령 지연을 이유로 유증 계획을 철회했다. 해당 자산의 담보 감정평가액이 회사 추정치를 크게 밑돌면서 상황이 꼬인 것이다. 감정가 하락은 곧 캐시트랩(Cash Trap Event·현금유출 제한) 조항 발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4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차환이 발목을 잡았고, 회생 신청으로 이어졌다. 당초 주채권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전단채 차환을 지원할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두차례 차환이 이뤄져도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내부적으로 판단이 이뤄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후 공모채 만기가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며 "어차피 EOD가 발생할 거면 공모채보다는 사모인 전단채에서 먼저 정리되는 게 낫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의 '매입보수'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매입보수란 자산관리회사(AMC)가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입 시점에 수령하는 보수로, 이후 자산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된다.

    저금리 시절 해외 자산을 매입해 성과급 성격의 매입보수를 챙긴 뒤 고금리 국면의 리스크 관리 책임은 뒤로한 채 이직하는 사례가 비단 제이알글로벌리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매입보수율에 관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 않으며, AMC별 보수율은 개별 위탁계약에 따라 제각각인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토부는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 위반 여부와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의 법적 대응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운용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고발을 추진 중이다. 고발 대상은 감독이사와 비상근 임원을 포함한 이사회 전반으로 알려졌다. 명목상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고도 실질적인 감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멀쩡한 회사들도 차환을 위한 발행 일정이 딜레이되는 등 불똥이 튀고 있다"며 "리츠 이사회 의사결정체계에 대해 전반적인 시장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