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쏠림현상에…VC들 "펀드 결성 문턱은 되레 높아졌다"
입력 2026.05.04 07:00

취재노트
주요 LP들 시선은 국민성장펀드로 집중
다른 출자사업 펀드레이징 난이도 올라
VC들 "자금 받기 한층 어려워졌다" 푸념

  • "주요 LP들이 국민성장펀드만 보고 있습니다. 자금이 그쪽으로 쏠리다 보니 다른 출자사업에서는 펀드 결성이 더 어려워졌어요. 대형 하우스야 버티겠지만, 중형사들부터는 체감하는 어려움이 큽니다."

    한 중형 벤처캐피탈(VC) 대표는 최근 펀드레이징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와 달리 현장에선 오히려 기존 펀드 결성 여건이 더 빡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출범 초기 시장 기대는 컸다. 정부가 150조원 규모 정책 자금을 앞세워 첨단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며 벤처투자 시장에도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VC들의 펀드 결성 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기대와는 다소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LP들의 자금이 국민성장펀드 트랙으로 몰리면서 모태펀드 등 기존 출자사업의 펀드 결성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다. 기존 출자사업 역시 GP 선정 이후 추가 LP 모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한정된 LP 풀 안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정책금융기관·민간 자금을 합쳐 약 150조원을 조성하는 정책 펀드다. 공공(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이 각각 5년간 75조원씩 지원해 총 150조원을 투입한다.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기관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실제 자금 집행 과정에선 민간 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다.

    앞선 VC 관계자는 "정책 취지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국민성장펀드를 제외하고 LP들을 설득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는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성장펀드 밖 운용사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더 팍팍해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VC들에 국민성장펀드 적용이 가능한 기업을 가져오면 출자해 주겠단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퓨리오사 AI 등이 대표적인 후보군이다. 다른 VC 부사장은 "은행 입장에선 같은 투자라도 국민성장펀드 적용 여부에 따라 자본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며 "결국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가져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우량한 기업의 경우 투자를 받고 싶은 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대형사 선에서 이런 투자는 다 끝이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가 생각보다 많은 GP를 뽑는 구조도 아니고, 그 외 출자 콘테스트도 계속 열리는 상황이긴 하다"며 "모태펀드 등의 출자사업도 국민연금이나 성장금융 같은 기관 자금과 매칭되는 구조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펀드 결성 난도가 높아졌단 푸념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 부족 문제도 겹친다. 정책 자금이 AI·반도체·방산 등 일부 섹터로 집중되면서 우량 기업 몸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VC 심사역은 "좋은 기업은 한정돼 있는데 돈만 몰려 실적은 안 바뀐 기업들의 밸류가 뛰고, 중소형사들이 투자할 룸은 줄고 있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는 다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인수합병(M&A), 기업 자금 조달 등이 자본시장이 국민성장펀드 일정에 맞춰 대기 중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