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증자금 7000억 WM에 우선 투입…IB 확대는 제한적
입력 2026.05.04 10:33

지주 수혈 7000억 증자금, WM 중심 배정 가닥
IB는 기존 한도 미소진…"딜 부족이 더 큰 문제"
WM 호실적에 자본 우선 투입…필요 시 재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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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KB금융지주로부터 수혈받은 7000억원 규모 자본을 자산관리(WM) 부문에 우선 배정한다. 지난 2월 말 납입 이후 두 달여가 지난 가운데 수익성이 두드러진 WM에 자본을 먼저 투입하고, 기업금융(IB)은 기존 한도 내 영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KB금융지주로부터 확충한 7000억원 규모 자본을 WM 부문 중심으로 활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KB증권은 지난 2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333만3333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는 주당 2만1000원으로, 최대주주인 KB금융지주가 전량 인수했다. 납입은 같은 달 26일 이뤄졌다.

    이번 유상증자는 약 10여년 만에 KB금융지주가 KB증권에 단행한 대규모 자본 확충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금융그룹 내 비은행 강화 기조와 생산적 금융 확대 흐름, 초대형 IB 간 자기자본 경쟁을 감안하면 IB 부문에도 상당한 자본이 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내부 자본 배분은 현 시점에서 실적 기여도가 높은 WM 부문에 우선 힘을 싣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IB의 중요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현재 자본을 투입했을 때 수익화 가능성이 더 큰 부문에 먼저 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IB 부문의 경우, 이미 배정받은 한도도 충분히 소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영업의 제약 요인이 자본 부족보다는 기업들의 투자 활동 위축과 딜 부재에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기업금융 시장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고, 조선·방산 등 호황 업종도 대규모 신규 조달보다는 차환 수요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처럼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된 기업들은 지난해처럼 회사채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을 유인이 줄었다.

    반면 WM 부문은 최근 KB증권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축으로 꼽힌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자산관리 상품 판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WM 관련 수익이 크게 늘었다. KB증권의 올해 1분기 WM 부문 영업이익은 50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IB 부문 영업이익은 614억원으로 29.7% 감소했다.

    다만 WM이 본질적으로 대규모 자기자본을 장기간 묶어두는 비즈니스는 아니라는 점에서, 증자 자금이 단순 브로커리지 확대에만 쓰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WM 부문에 배정된 자본이 고객 기반 확대, 상품 공급 역량 강화, 고액자산가 대상 투자상품 라인업 확대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연계한 투자상품 공급이나 자산관리 플랫폼 고도화도 주요 활용처로 꼽힌다.

    KB증권 입장에서는 WM 호실적을 이어가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IB 등 다른 부문으로 자본을 재배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금은 회사 전체 자기자본으로 편입되는 만큼 특정 부문에 고정적으로 귀속되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납입 이후 두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는 WM 부문에 우선 배정해 운용하는 쪽으로 내부 방향이 잡혔다는 평가다.

    IB 부문은 당분간 추가 자본 투입보다는 기존 한도 내에서 딜 소싱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DCM과 커버리지 부문에서 강점을 보여온 KB증권이지만,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자금 조달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자본 확대만으로 영업 성과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KB증권 관계자는 "확충된 자본은 특정 부문에 고정적으로 묶어두는 구조가 아니라 시장 상황과 사업 기회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WM 부문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되, IB 등 다른 부문에서도 필요가 생기면 탄력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