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최우선 과제였던 사업재조정(리밸런싱) 작업이 상반기 중 일단락될 전망이다. 내달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선 그룹의 새로운 지향점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정리를 마친 SK그룹이 재도약 국면에 들어서면서 인적 쇄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한다. 경영전략회의는 그룹과 계열사들의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이후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아직 구체적인 회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각 계열사들의 막바지 리밸런싱이 한창이다. 상당수 작업이 상반기 중 완료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울산 AI데이터센터 소수지분 매각은 상반기 내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투자자들간 조건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지난달 말 조셉 배 KKR CEO가 SK그룹을 찾은 후 협상 속도가 빨라진 분위기다.
SK실트론 매각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두산그룹 측과 계약서 문구 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인수자의 자금 조달력, 해외 사업장 부실 문제,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지분 인수 등 변수에 따라 거래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자금을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상반기 중에 자금 상환을 마칠 예정이다. SKC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고, 그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상반기 상황을 살펴 투자유치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상반기 중 울산GPS, SK이터닉스 등 지분 매각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외에 SK이노베이션 등과 KKR의 신재생에너지 합작사 설립 논의도 진행 중이다.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수년간 SK그룹의 화두였던 리밸런싱이 슬슬 마무리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다음달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새로운 의제가 부상할 전망이다. SK그룹이 어려운 시기에도 중요성을 강조해 온 AI 분야가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SK그룹은 AI 전환(AX)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SK텔레콤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AI 투자법인 설립을 이끌고 있다. 계열사별로 AX 담당 조직을 꾸리는 한편, 기존 주력 사업을 AI 기반으로 다시 분석하고 설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의 리밸런싱 역시 AI 중심 사업 구조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와 SK텔레콤의 운영 능력이 결집된다. 전력·에너지 분야 사업조정 역시 AI에 필요한 에너지를 원활하게 조달하려는 측면이 있다. 운영개선(OI)이 곧 AI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국면이라 당장 화급한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며 "그룹이 꾸준히 강조해 온 AI 전환이 경영전략회의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는 SK그룹이 체질 개선을 마치고 다시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맞춰 계열사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질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SK그룹은 하반기 중 AI 에이전트 도입을 전제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데이터 기반의 사무 업무는 AI에 넘기고, 전략 등 중요 분야를 사람이 맡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경영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최근엔 연중에 소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2024년 5월과 6월,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이 물러나며 후임 인사가 단행됐다. 작년 5월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물러나면서 장용호 총괄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모두 사의를 표한 형태였지만 실질은 성과 부진에 따른 교체란 평가가 따랐다.
별다른 인사 없이 연말 정기인사까지 조용한 시기를 보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미 3년 가까이 최창원 의장 체제에서 조직 축소와 인적 쇄신을 거친 만큼 연중 인사를 단행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부 거래가 진행 중이지만 SK그룹에선 리밸런싱 작업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며 "SK그룹 계열사들이 최창원 의장과 맞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만큼 연중에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