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빅4 ‘감사품질 감독위원회’ 도입 추진에…‘권한 어디까지’ 촉각
입력 2026.05.07 07:00

빅4 외부전문가 중심 감독기구 의무화
업계에선 "실효성엔 권한 범위가 관건”
당국은 의견 수렴 중…세부 사항 촉각
일각선 '금융당국 전관 낙하산 자리' 경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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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금융당국이 회계·감사 품질 제고를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형 회계법인에 외부 전문가 중심 감독기구를 도입하는 방안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부 인사 중심 위원회를 통해 감사품질을 감독하는 구조인데, 이들이 감사 업무 전반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갖게 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회계 전공 교수나 금감원 감리 업무 경험자가 갈 수 있는 자리인 까닭에 '낙하산'에 대한 경계감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회계·감사 품질 제고방안과 관련해 공청회 등을 진행하며 최종안 도출을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안 확정 이후에는 법규 개정안 마련과 입법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월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국정과제와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를 반영한 것으로, 당국은 올해 중 시행을 목표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아직 입법예고 등 구체적인 절차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이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정과제와 맞물려 추진되는 만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과 유사한 속도로 입법이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당 개편안 가운데 ‘빅4’ 대형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하는 ‘감사품질 감독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안은 그간 회계법인이 파트너 중심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단기 수익성에 치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을 회계법인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며, 사원총회에 부의되는 주요 안건 중 감사품질 관련 사안을 사전 심의하는 등 외부 시각에서 검증·감독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위원회 구성과 주요 활동 내역은 매년 공시하도록 해 투명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아직 구성과 권한 등 세부사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행 안대로라면 각 회계법인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듯 위원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감독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원회 참여 자격이 회계법인 감사 업무 경험자나 회계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교수,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서 감리 업무를 경험한 사람 등으로 제한되는데 구조상 금융당국 출신 전관을 선임하는 게 '안전한 길'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위원장도 외부 인사가 맡도록 돼 있어, 회계법인의 감사서비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며 “위원 구성이 정해진 바 없지만, 특정 정책에 코드를 맞춘 교수나 감리 경험이 있는 전관 인사들이 주요 후보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개선방안은 회계법인 지배구조가 외형상 갖춰져 있음에도 실질적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빅4’의 경우 경영위원회 등 집행기구와 견제기구를 분리 운영하는 등 형식적 구조는 정비돼 있으나, 감사품질을 관리·감독하는 내부위원회가 외부 전문가 없이 내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이 감사품질 중심으로 이뤄지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폐쇄적 지배구조로 인해 공익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현 시점에서 실효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핵심은 신설될 감사품질 감독위원회에 어느 수준의 권한이 부여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사원총회 부의 주요 안건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감사 업무의 인력 배정과 수행 과정 전반까지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경우,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이미 도입·운영 중인 가운데, 당국이 개편안 발표 당시 참고 사례로 제시한 영국과 일본은 비교적 강도 높은 운영 사례로 꼽힌다. 

    영국은 금융보고위원회(FRC)의 ‘Audit Firm Governance Code’를 통해 대형 회계법인에 외부 독립위원 참여를 요구하고 감사품질·리스크·보상체계 등을 감독하도록 하는 한편 운영성과 공시를 병행하고 있다. 일본은 금융청(FSA)이 감사법인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 외부 전문가 참여를 유도하고, 경영진 견제 및 감사품질 관련 의사결정 관여와 함께 운영현황 공시를 권고하고 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위원회가 어느 수준까지 관여하느냐에 따라 회계법인이 체감하는 부담이 달라질 것”이라며 “일본과 영국이 비교적 강한 사례로 꼽히는 만큼, 당국이 어떤 수준으로 제도를 설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는 내부적으로 감사품질을 관리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외부인사 포함 위원회 설치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감사 인력 선정이나 전문성 검토 등 세부 영역까지 권한이 확대될 경우 내부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 있는 만큼, 위원회 권한의 범위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조율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안에는 고의적 회계부정 지시자에 대해 최대 5년간 상장사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저가 수주로 감사품질을 훼손할 경우 감사인 교체와 심사·감리에 착수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최대주주 변경이 잦거나 횡령이 발생한 대형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직권지정 감사를 도입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이 지정감사 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방식을 개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