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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인조대리석 사업부 매각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면서 회사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 계획의 핵심 축으로 꼽히던 거래가 흔들릴 경우 사업조정 로드맵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첨단소재 사업부문 내 인조대리석 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잠재 투자자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다.
현 시점 매각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접촉했던 대형 PEF들은 대부분 인수 검토를 중단하거나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부의 실적이 최근 몇 년간 둔화된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한때 700억~800억원에 달했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현재는 3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방 건설 및 인테리어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검토하다가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중단한 블라인드펀드들이 많다"며 "리스크 대비 수익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통상 리스크도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인조대리석 주요 원재료인 아크릴 계열 소재 중 하나인 MMA(메틸 메타크릴레이트)와 관련해 미국을 중심으로 반덤핑 규제가 확대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MMA는 인조대리석의 주성분인 아크릴 수지(PMMA)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 소재다. 관련 소재 전반으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환경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화학소재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확대하는 흐름 자체가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향후 적용 범위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 있는 잠재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자금을 모집하는 일부 PEF로 좁혀진 상태다. 몇 곳이 인수 검토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 조달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블라인드펀드 대비 의사결정 속도나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거래 성사까지는 상당한 변수가 남아 있다.
문제는 거래 성사 여부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자금 조달 계획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넘어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구 계획 성격이 강하다. 채권단은 대규모 석유화학 금융지원을 검토하는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라는 선행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최소 30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은행 보증을 활용한 채권 발행을 추진하는 등 외부 신용 지원에 기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사업부 매각 역시 채권단과의 교감 하에 진행되고 있어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유동성 확보, 나아가 금융지원 유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인조대리석 사업부 매각과 4000억원 규모 은행보증 회사채 등 롯데케미칼의 자금 조달 행보엔 산업은행이 대부분 관여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자구책을 채권단에 보여줘야 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협상을 진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매도자인 롯데케미칼의 협상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구안 마련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지연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정 가격 밑으로 매각할 재무 구조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자산 유동화 등 다른 방식의 자금 확보 방안을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금융감독 당국에도 관련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역시 대안이 있다면 무리한 가격에 매각하라 독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