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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대형주 급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넘어섰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양대 반도체주에 유리기판 등 반도체 소재는 물론, 전력기기, 증권주 등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진 종목들이 급등하며 랠리를 이끌었다. 여기에 미국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과 미·이란 휴전 유효 발언, 국제유가 하락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수 상승이 특정 산업군과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며 시장 전반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하락 종목 수는 700곳에 육박하지만, 상승 종목 수는 200곳에도 못 미쳤다.
6일 오전 코스피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오르며 7338.61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개인과 기관이 5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는 가운데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12% 넘게 급등했고 SK하이닉스 역시 9%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스퀘어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23% 급등한 데다 마이크론이 AI 메모리 수요 기대와 신용등급 상향 영향으로 11% 넘게 오른 점이 국내 반도체주 매수세를 자극했다.
전력기기와 증권주도 강세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주가 또 다시 두 자릿 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다시 반영되는 흐름이다. 지난 4일 상한가를 기록한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주도 오름세다. 해외 개인투자자와 글로벌 브로커리지 채널(IBKR)을 통한 한국 주식 접근성 확대 기대도 대형주 수급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상승 폭과 달리 종목별 흐름은 온도차가 컸다는 분석이.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197개, 하락 종목은 673개로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의 세 배를 넘었다. 지수 랠리의 성격이 시장 전반의 동반 상승이라기보다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 중심의 압축 상승에 가깝다는 의미다.
코스닥은 약세를 보였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약 0.50% 하락해 1207선을 기록했다. 개인이 3000억원 이상 순매수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 중이다. 코스닥 역시 상승 종목 400여개인 반면 하락 종목은 1200개 이상으로 하락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상승했지만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천당제약, 리노공업 등 주요 성장주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간밤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0.73%, S&P500은 0.81%, 나스닥은 1.03% 올랐다. 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미국 측에서 미·이란 휴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발언이 나오며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주 매수세가 유입됐다. MSCI 한국 증시 ETF도 6.04% 급등하며 국내 증시 강세를 예고했다.
유가 하락도 부담을 덜었다. 호르무즈 해협 내 충돌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국방장관이 휴전 유효 입장을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WTI는 3.90% 하락한 배럴당 102.27달러, 브렌트유는 3.44% 내린 110.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ISM 서비스업 물가지수의 예상치 하회 영향으로 미 국채금리도 소폭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4.424%로 1.4bp 내렸다.
환율 부담도 장중 다소 완화됐다. 달러인덱스는 98.49로 소폭 상승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원 오른 1465.8원에 개장한 뒤 점차 상승 폭을 줄이며 현재 1450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란 전쟁 재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강달러 압력도 일부 완화되는 분위기다.
코스피 랠리를 두고 다음달 MSCI 연례 시장 분류 결과도 추가 변수로 꼽힌다. MSCI는 다음달 25일 한국 증시의 선진국지수 분류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개선, 결제 인프라 정비 등을 담은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7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9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시범운영 등이 예정된 만큼 이번 평가는 실제 편입 여부보다 MSCI가 한국 시장 접근성 개선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랠리가 단순한 지정학적 안도감보다 반도체 이익 모멘텀과 외국인 수급, 시장 접근성 개선 기대가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크게 웃도는 만큼 지수 상승만으로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오늘의 상승은 멜트업(melt-up;심리적 과열로 인한 급상승장) 국면이라는 판단 하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고, 국내 다른 기관들의 판단도 비슷한 것 같다"며 "해외 개인투자자의 국내 투자 본격화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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