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상품으로 면피하던 인터넷은행, '진짜 중저신용자' 발굴 압박 커진다
입력 2026.05.07 07:00

'체리피킹은 사명 아니다'…인뱅 향한 압박
중저신용 30% 채웠지만…싸늘한 시선 여전
연말 제도 재설계 촉각…더 까다로운 기준 나올까
'40% 이상 공급'ㆍ'대안 신용평가 실질적 적용' 언급

  •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당국이 권고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를 달성하며 표면적인 성적표를 방어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정부의 시각은 아직까지 싸늘한 상태다. 출범 당시 공언했던 '신용평가모형(CSS) 혁신' 대신 개인사업자대출과 정부 보증 상품에 기대어 숫자만 맞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과 대통령 정책실장이 연일 은행권의 대출 관행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 연말 마련될 새로운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계획에는 '비중 확대'과 함께 '대안 CSS 실질적 적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은행권의 담보·고신용 위주 대출 관행을 '잔인한 금융'이라 연일 직격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 포용'을 명분으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을 향해서도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김 실장의 메시지에 적극 동조하며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인터넷은행들은 앞서 당국이 요구한 중저신용대출 비중 등 표면적인 수치 달성에도 향후 닥칠 고강도 압박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논란이 특히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직접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김용범 실장은 "은행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전체 경제의 위험 중개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실장과 대통령이 직접 메스를 들면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 주어진 과제도 무거워졌다. 특히 오는 연말이면 3년간 적용됐던 '인터넷은행 중저신용 의무대출 비율'의 적용 시점이 만료되는 만큼, 당국이 더욱 까다로운 새로운 기준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들이 정부 보증 상품 등에 기대어 '숫자 맞추기'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3년 말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대출 확대를 위한 건전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전체와 햇살론 등 보증부 서민금융대출의 '보증 한도 초과분'을 비중 실적에 포함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들이 이 규정을 '순수 신용대출 확대'가 아닌 '리스크 회피용 우회로'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뱅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저신용자 발굴'이 아닌, 범위 내 연체 위험이 가장 낮은 상위 등급만 골라 받는 '체리 피킹'에 가까운 형태로 대출을 취급해 왔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이 취급 중인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사실상 '중신용'의 탈을 쓴 고신용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과거 등급 기준으로 4~6등급, 그중에서도 신용점수가 높은 상단에만 대출을 집중하며 '중저신용 비중 30%'라는 수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착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포용금융이 절실한 차주들은 인터넷은행 안에서도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인터넷은행들이 CSS를 활용해 '못 빌릴 사람을 빌려주게 하는 혁신'을 보여주기보다, 중저신용자 범위 내에서 사고 확률이 낮은 상위 차주만 걸러내는 필터로만 사용하면서 당국의 가이드라인만 교묘히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2025년 1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평균 잔액이 4조9000억여원 안팎으로 정체 상태였다. 중신용대출 비중도 32%대를 유지했다. 회사는 '1분기 중저신용 대출을 4500억원을 신규 공급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평균 잔액이 늘어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공급하지는 않은 것이다. 지난 1년간 카카오뱅크의 전체 여신 규모는 3조4000억원, 신용대출 규모는 1조1000억여원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명분으로 라이선스를 내줬지만, 정작 은행들은 의무 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데 급급해 당국이 기대했던 혁신적인 영업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적극적으로 나설 텐데, 아직 수익화 노하우가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시늉'만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40% 이상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유지'와 함께 '자체ㆍ대안 신용평가모형(CSS)의 실질적 적용 확대'를 주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23년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중저신용자 연체율 급등으로 진땀을 흘린 후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목표를 완화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는데 금융당국은 '대안 신용평가를 고도화하라'며 이를 거부했다"며 "앞으로는 인터넷은행들이 소액결제 등 생활패턴 기반 자체 CSS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연체율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개인사업자 대출이 포함되고,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만큼 인터넷은행 3사도 개인 대상 CSS와 개인사업자용 CSS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대안 CSS를 활용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부터의 '인가 조건'이었던만큼 이행이 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건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인터넷은행들이 보유한 자본비율 등 기초체력이 충분하며, 1% 미만의 낮은 연체율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인가 목적 자체가 중금리대출을 위한 혁신이었던 만큼 일반 은행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차주들까지 늘려야 하는 성격이 있다고 본다"라며 "시중은행들도 중금리대출 등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해야겠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그 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