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펄마의 도레이 FCCL 인수, 공정위 제동에 1년째 표류
입력 2026.05.07 07:00

SK넥실리스 박막 사업부와 볼트온 추진했지만
공정위 경쟁제한 우려에 기업결합 문턱 못넘어
어펄마, 가격·물량 유지 약속했지만 승인 여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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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도레이첨단소재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부 인수 거래가 1년 가까이 늘어지고 있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인수한 플렉시온(전 SK넥실리스 박막사업부)의 볼트온 성격으로 추진됐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인상과 공급 축소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펄마는 도레이 FCCL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작년 하반기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공정위가 경쟁제한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어펄마는 해당 사업부를 약 1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어펄마는 지난해 4월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부를 950억원에 인수한 뒤 사명을 플렉시온으로 변경했다. 이어 곧바로 도레이와의 거래에 나서며 관련 사업 규모를 키우는 볼트온 전략을 추진했다.

    FCCL은 스마트폰이나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에서 영상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전자 소재다. 크게 스마트폰·TV 등 디스플레이용 칩온필름(CoF) 등에 활용하는 것과 연성회로기판(FPCB) 제작용으로 나뉜다. 플렉시온과 도레이의 사업은 CoF에 쓰이는 제품이 주력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도 CoF용 FCCL 시장 내 경쟁제한 가능성이다. 해당 사업은 고객사 인증과 품질 기준이 까다로워 공급사가 제한적으로 어펄마가 양사를 모두 품에 안을 경우 관련 시장 점유율은 50%를 초과할 전망이다. 이후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펄마는 가격과 공급 물량을 기존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2~3년간 평균 가격과 물량을 기준으로 삼아 기업결합 이후에도 수요처에 대한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어펄마 측의 공정위 대응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고 있다.

    공정위가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 부문의 일부 매각 등을 요구하는 구조적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앞서 공정위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결합에 대해선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투자 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PEF가 관련된 거래란 점도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단순히 결합 직후의 가격·물량 변화뿐 아니라 향후 투자회수 과정에서 시장 구조가 다시 바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공정위 심사 기한은 이달 말로 알려졌다. 기한 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심사 기간이 추가 연장될 예정으로, 이 경우 어펄마의 볼트온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어펄마 입장에서는 플렉시온을 중심으로 FCCL 사업을 키우려는 전략이지만 공정위는 결합 이후 가격과 물량 통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출한 시정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클로징 일정은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