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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지분 매각 작업을 일단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이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두 번째 정정 요구를 내리면서, 그룹 차원의 자금조달 구상도 다시 손질이 필요해진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고려아연 지분 매각 관련 논의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한화는 고려아연 측에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최근 관련 논의를 일단 접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일정이 다시 불확실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당초 약 2조4000억원 규모로 계획했지만, 주주 반발과 금감원 1차 정정 요구 이후 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달 30일 재차 정정을 요구하면서 유증 일정과 조달 규모에 다시 변수가 생겼다.
이에 따라 ㈜한화의 자금 마련 방안도 다시 검토되는 분위기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3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120% 초과청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1조8000억원 유증을 기준으로 약 78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303억원 수준이다. 자체 현금만으로 유증 참여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는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 지분 매각이 주요 카드로 거론됐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한화는 고려아연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임팩트와 한화파워시스템즈가 각각 1.8%, 4.8%를 들고 있다.
한화그룹은 메리츠 측과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위한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이 자금을 조달해 한화그룹 측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최근에는 거래 대상을 ㈜한화 보유 지분으로 좁히는 등 조건을 구체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한화솔루션 유상증자가 금감원 심사에 다시 묶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증 일정은 물론 최종 규모까지 불확실해진 만큼, ㈜한화가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먼저 확정하기도 부담스러워졌다.
고려아연 지분 매각 대신 다른 유동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고 주주 간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화 입장에서도 보유 지분 처분을 서두르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단 평가가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2차 정정 요구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화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해 3000억~4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과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고 했다. 한화솔루션 유증 일정이 다시 변수로 떠오르면서 조달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제동에 그룹 전반의 조달 전략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한화에너지도 주요 증권사들과 협의해 온 PRS 거래를 잠정 보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주관사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는 이에 대해 "고려아연 주식 매각과 관련해 당사가 별도 입장을 밝힌 바 없으며, 현재도 변동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