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 ‘기습 회생’ 후폭풍…감사의견 신뢰도·당국 대응력 도마 위
입력 2026.05.08 07:00

감사보고서 ‘적정’ 한 달 만에 회생…리스크 반영 여부 논란
특검에도 징후 못 잡은 당국…“감독 기능 작동했나” 의문
유동성 위기 본질은 ‘현금 부족’…만기 연장에도 정상화까지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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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환헤지 정산금과 캐시트랩 구조 등 복합적 리스크가 누적된 ‘예고된 위기’였다는 분석과 함께, 이번에는 회계법인과 감독당국의 역할까지 도마에 올랐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환헤지 정산금 부담과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캐시트랩 발생으로 현금흐름이 묶이면서, 결국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위험은 이미 드러나 있었는데, 왜 아무도 경고하지 못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개별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감사보고서 신뢰성과 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논란이 집중되는 지점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생 신청 불과 한 달 전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

    문제는 해당 시점이 ▲캐시트랩 우려에 따른 현금흐름 제약 가능성이 제기되고 ▲환헤지 정산금 부담이 확대되며 ▲유상증자 철회까지 겹치는 등 주요 리스크가 이미 가시화되던 때였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징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충분히 포착됐음에도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자산가치 하락과 1000억원에 달하는 환헤지 정산금 부담, 배당 감소 등으로 단기 유동성 악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감사보고서에는 관련 리스크를 별도로 강조하거나 주석으로 설명한 흔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자산 유지에 문제가 생길 징후가 나타날 경우,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통상 감사의견이 ‘적정’이더라도 관련 리스크는 주석이나 의견 단락을 통해 별도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회계 기준상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됐더라도, 기업의 계속기업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감사인은 이를 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 실제로 회생 절차를 밟은 태영건설의 경우, 회생 직전 감사의견 거절을 받기 이전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을 기재한 바 있다. 상장폐지 여부 심사를 받고 있는 금양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관련 리스크가 언급됐다.

    반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 자체가 ‘미해당’으로 분류됐고, 관련 기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유동성 위기 징후에 대한 포착 및 반영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무 구조만 놓고 봐도 유동성 압박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 있었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리츠의 유동자산은 1222억원인 반면,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3821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은 약 32% 수준으로, 통상 권장되는 150%~200% 수준을 크게 밑돈다.

    특히 업황이 둔화된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특성상, 자산가치는 장부상 충분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환금성은 낮아 단기 현금 확보가 쉽지 않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자산이 일정 수준의 담보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가용 유동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적기상환 능력이 훼손된 유동성 위기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 책임론과 함께 감독당국을 향한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당국은 회생 신청 약 한 달 전 특별검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위법 사항이나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사는 자산가치 평가 자료가 미흡하다는 제보를 계기로 이뤄졌지만, 회생 절차 개시 가능성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검사 결과 역시 차입 부담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앞서 제기된 구조적 리스크와 캐시트랩 우려, 단기 유동성 악화 가능성 등이 이미 시장에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감독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회생 신청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자 당국은 다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식 대응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초기 검사 단계에서 이를 놓친 책임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교통부 등 당국은 이전 검사가 제한적인 범위에 그쳤다면, 이번 검사에서는 관련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 전반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처분 수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시정명령 등 경미한 조치부터, 중대한 법령 위반이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나 수사 의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영업정지와 수사 의뢰가 동시에 이뤄지는 최고 수준의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원 배임 고발' 관측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스타에스엠리츠 횡령 사건 당시 정부는 영업정지 2개월과 최대주주 지분 매각 등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고 검찰 수사도 의뢰했다. 리츠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는 2014년 이후 처음이었다.

    한편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자(子)리츠인 제이알제26호리츠와 하나은행 등과 환헤지 정산금 만기를 2027년 11월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법원 관리 하의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전제로, 스왑은행 등 주요 금융거래 상대방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회사 측은 향후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는 구조적 리스크, 감사 및 감독 기능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상장 리츠의 정보공시, 감사보고서 작성 기준, 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