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심 놓친 금융위, ‘옥상옥’ 심의기구 신설 검토…주도권 갈등 재점화
입력 2026.05.08 10:30

패소 누적에 '제재 절차 손질' 나선 금융위
제재심 중심 흔들기…금감원 권한 재편 신호
금융위·금감원 헤게모니 경쟁 재점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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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면서, 금융위원회가 독자적인 제재 심의기구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간 ‘헤게모니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융사 제재 절차 전반을 재검토할 수 있는 내부 심의기구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전 과정을 단계별로 공유받는 시스템 구축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금융사들과의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며 허점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구조상 금융위는 금감원 제재안을 안건 상정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최종 판단해야 한다. 

    소송 패소 시 결정 주체로서 책임은 지지만, 정작 제재안 형성 과정에서는 소외되어 있다는 불만이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이다. 개편안이 도입되면 금융위는 검사 초기 단계부터 제재 수위 판단까지 전 과정을 '핀셋'처럼 관리하며 자체 검증 기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절차 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수차례 반복돼 왔던 양 기관의 '헤게모니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감원 산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와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 기구로 이관하려던 시도가 무산된 이후, 금융위가 다시금 '제재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간 금융사 제재 절차에서 금감원 제재심은 사실상 '1심' 역할을 해 왔다. 금융위가 별도 심의기구를 두고 정보를 실시간 공유받겠다는 것은 결국 금감원 역할이 컸던 금융사에 대한 제재 기능을 사실상 흡수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조사를 마치더라도 본격적인 의결에 앞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회계감리위원회(감리위)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증선위 의결을 통해 제재가 확정된다. 사실상 금융위가 심의와 의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구조다.

    반면, 금융사 및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는 다르다. 금감원이 검사 후 제재안을 마련하면, 금감원 내부 기구인 제재심이 사실상의 '1심' 기능을 수행하며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후 금융위 의결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금감원에서 이미 굳어진 제재안을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금감원 입장에서 제재심은 금융사 제재와 관련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핵심 심의 기구이자 권한의 상징인 셈이다. 금융위가 이번에 별도 심의기구를 신설하려는 건 금융사 제재 영역에서도 금융위 중심의 사전 심의 체계를 구축해 금감원의 독자적인 심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융위 내부 인력만으로 방대한 검사 자료를 상시 모니터링하기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만약 금감원이 자료 제출 시점을 조절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자료 공유 체계 또한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심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주재하는 구조로 금융위가 심의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금융위가 유사 기구를 신설하는 것은 제도 개선보다도 제재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