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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기자)
한미약품은 그동안 지난한 내부 갈등에 시달렸다.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를 납부할 방안을 찾던 오너일가는 외부 인사와 손을 잡는 방향을 결정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분쟁의 결과로 현재 한미약품그룹의 핵심인 한미약품은 물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모두 최고경영자(CEO)가 외부 인사로 교체됐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신동국 회장은 창업주의 고향 후배로 알려진 경영인이다. 분쟁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위협할 만큼 지분율을 확대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도 신동국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0% 이상이라 한자릿수인 오너일가의 지분율과 비교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이다.
오너일가의 분쟁이 한참 진행될 당시에도 신동국 회장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승기의 향방이 갈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오너일가보다 지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신동국 회장이 언제부터, 어디까지 경영에 참여할지를 일찍부터 점치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최고경영자는 현재 신동국 회장이 추천한 인사들이 차지했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신동국 회장이 직접 추천한 인사로 알려져 있고, 최근 한미약품 대표에 오른 황상연 대표는 김 대표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재현 전 대표를 비롯해 신동국 회장과 갈등 상황에 놓였던 임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나는 모습이다. 박재현 전 대표는 30년 이상 한미약품그룹에서 일했으며, 대표 시절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주장했다. 신동국 회장과는 경영 개입 논란과 관련해 대립했던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진 교체로 한미약품그룹 내 갈등이 일단락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미약품그룹이 최근 비만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갈등 봉합 이후 R&D 비용 확대 및 인재 확보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신동국 회장의 경영 참여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신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이나, 앞서 한미약품 본사에 출근하며 비용 절감 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국 회장이 추천한 인사가 임직원들에게 이를 강조하며 한때 물밑 경영 개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동국 회장은 이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자신은 최대주주이자 회사의 이사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중인 한미약품그룹의 CEO 등과 소통하며 자문, 조언 등을 다하고 있다고도 해명했다. 이로 인해 회사의 경영 상황이 호전됐다고도 강조했다.
신동국 회장의 비용 절감 기조가 강화된다면 R&D 측면에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산업 대비 엄격한 수준을 요구하는 특성상 비용 절감 기조 속 품질 하락을 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박재현 전 대표와는 특정 제품의 원료 교체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신동국 회장과 반목한 인사가 회사를 떠났을 뿐 문제가 된 경영 개입과 관련해 향후 신동국 회장의 입김이 아예 없을 수 있겠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경영상의 효율성을 높이기는 어느 산업에서나 중요하지만, 투자와 품질 등을 타협하기 어려운 제약사업에 제조기반사업의 상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