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손보사들 '車보험 손해율' 관리 고심…5부제 특약까지 골머리
입력 2026.05.08 07:00

1분기 손해율 85% 초과…손보업계 '구조적 적자' 장기화 조짐
KB손보, 순익 36% 급감…車보험 부문 249억 적자 전환 '결정타'
5부제 할인 특약 도입에 업계 '긴장'…"보험금 합리화도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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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연)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과 제도적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주요 손보사들의 1분기 실적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 달 도입 예정인 '차량 5부제 특약'이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커버리지 손보사 4곳(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한화손보)이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으로 1조212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한 수치다.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자동차보험 부문의 손익 악화가 꼽힌다. 이는 4년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에 더해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과 보험 가입자 과잉진료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손해율 추이를 보면 손보사의 수익성 침체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주요 손보사 5곳(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단순 평균치는 85.2%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2%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2024년부터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인 80% 선을 넘어선 채 꾸준히 상승하며 손보업계의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사고율을 비롯해 수리비와 의료비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큰 상품이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만 총 708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발표된 KB손보의 재무 지표는 이와 같은 위기감을 수치로 증명한다. KB손보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보험 부문의 타격이 컸다. KB손보의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9%를 기록했으며, 자동차보험손익은 249억원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손익이 37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자동차보험 손실이 전체 순익의 10% 이상을 갉아먹은 셈이다.

    KB손보는 1년 넘게 지급여력(킥스)비율을 180~190%를 유지하고 업권 내 비교적 높은 ROA(총자산순이익률)를 유지하며 견고한 기초 체력을 입증해 왔으나, 자동차보험이라는 대외 변수가 전체 수익 구조의 취약점이 된 모습이다.

    문제는 오는 5월부터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도입되면서 자동차보험 관련 수익성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가계 부담을 낮추는 차원에서 '5부제 할인 특약'을 도입할 방침이다.

    해당 특약은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정해진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지 않으면 연간 보험료 2%를 할인해 주는 구조다. 가입자 1인당 환급액은 크지 않지만, 대상 차량 대수만 약 1700만 대에 달하는 만큼 손보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약 운영의 공정성 문제도 부각되는 상황이다. 도입될 특약 규정에 따르면 5부제 참여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금 자체는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규정 위반이 확인될 경우 할인 혜택 취소나 이듬해 보험료 특별 할증 등 '페널티 규정'이 존재하지만, 규정 위반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기존 주행거리 데이터와 '커넥티드카 정보' 등을 동원해 5부제 준수 여부를 검증할 방침이지만, 노후 차량 등 일부 차량에는 이와 같은 검증 방식 적용이 어려울뿐더러 운행 기록 제출을 두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관련 규제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한다. '경상환자 치료 8주 룰'과 '정비수가 조정' 등 보험금 지급 합리화 관련 규제의 법제화는 국회와 당국의 논의 과정에서 지연되고 있는 반면, '차량 5부제 특약' 등 자동차보험금 지출을 늘리는 규제는 속속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의 차이일 뿐 어느 손보사던 자동차보험 손실에 의한 수익성 침체는 이미 고질적인 문제"라며 "지급 보험금 합리화 등 손해율 관리 대책을 당국의 제도적 지원 없이 보험사 자체적으로 강구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손보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특히 장기보험 중심 수익 창출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보험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손실이 주요 리스크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