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올 임차인 없다"…해남 삼성·새만금 현대차 AIDC '골머리'
입력 2026.05.08 10:30

지방 투자 확산에도 시장선 사업성 우려 커
삼성·현대차 모두 임차 전략 고심
후발주자 신세계는 부지·전력·임차 초기 단계
초기 수익성 희생 감수한 SK만 본궤도 평가
"전력보다 중요한 건 장기 앵커 테넌트 확보"

  • 수도권 전력난과 정부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육성 기조가 맞물리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지방 AI데이터센터(이하 AIDC)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포항·해남·새만금 등을 중심으로 수조원대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한국형 스타게이트' 경쟁처럼 보이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지방 AIDC 시장을 두고 "결국 핵심은 임차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지와 전력망만으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려워졌고,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나 장기 앵커 테넌트 확보 여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에서는 대기업별 온도차도 뚜렷하다. SK그룹 울산 프로젝트는 "사실상 유일하게 실제 딜로 굴러가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삼성·현대차·신세계 등 후발주자들은 임차인 확보와 사업 구조 측면에서 적잖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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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재 시장에서 가장 현실화 단계에 가까운 사업으로는 SK그룹 울산 프로젝트가 꼽힌다. SK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앵커 테넌트로 확보한 상태에서 울산 미포산단 내 초대형 AI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하이퍼스케일러 기반 딜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익성 자체는 초기부터 희생된 구조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초기 하이퍼스케일러 유치는 선임차 확보를 위해 임대료를 시장 대비 상당폭 할인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사실상 적자 사업에 가깝다"며 "울산 사업의 경우에도 MEP(기계·전기 설비)를 글로벌 빅테크가 상당 부분 주도하기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사업 자유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SK의 AWS 유치 역시 단기 수익성보다 앵커 테넌트 확보 의미가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임차 조건과 수익률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장기 AI 인프라 수요 확대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SK AIDC 투자에 참여한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역시 이를 단순 부동산 개발보다 기업금융 성격에 가까운 거래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임차인 확보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 사례로는 삼성그룹의 해남 솔라시도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삼성SDS 컨소시엄은 전남 해남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보다 냉담하다는 평가다.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솔라시도 프로젝트를 두고 "정책성과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대규모 부지라는 장점은 있지만, 실제 장기 임차 수요를 끌어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과 네오클라우드가 추진 중인 포항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사업으로 보는 분위기다. 포항은 제조업 기반 산업단지와 연구 인프라, 전력망이 함께 구축돼 있어 단순 부지형 데이터센터보다 실제 AI 수요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오픈AI의 임차 가능성이 거론되며 기대도 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삼성 내부에서도 포항 쪽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남 지역과 관련해 주요 임차 후보군을 상당수 접촉했지만 반응이 제한적이었다"며 "솔라시도는 정책성과 상징성이 강한 사업이고, 실제 사업성 측면에서는 포항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장 시각도 다소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새만금에 로봇·수소·AI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자체보다 생산기지·로보틱스·미래 제조 클러스터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시장에서는 현대차 프로젝트를 외부 임대형 데이터센터보다 그룹 내부 수요 대응용 AI 인프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와 연결되는 자체 AI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새만금 프로젝트의 핵심은 현대건설 중심의 산업단지 그림에 가깝다"며 "데이터센터는 전체 프로젝트 안에서 일부 수준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내부에서도 새만금 사업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로보틱스 생산기지와 미래 제조단지 그림은 있지만 세부 사업 구조는 여전히 조정 단계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의 우선순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발주자인 신세계그룹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최근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 AI데이터센터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유통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AI 인프라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부지·전력·임차 구조 모두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그룹 내 전담 조직(TF)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지방 주요 부지를 검토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미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테넌트 확보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재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AI 기업을 먼저 유치한 뒤 사업 구조를 완성하려는 접근이라는 의미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 특성상 실제 운영 역량과 전력 확보 문제가 핵심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앞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사업은 결국 수전·냉각·운영·네트워크 등 현실적인 인프라 문제가 핵심"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를 확보하더라도 실제 착공과 운영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업들의 지방 AIDC 사업에 대한 금융권 시각은 갈수록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지와 전력 계획만 확보한 상태에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앵커 테넌트 없는 프로젝트를 사실상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DC는 단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장기 인프라 사업"이라며 "삼성, 현대차, SK 모두 누가 GPU를 가져오느냐보다 누가 10년 이상 장기 임차 계약을 써주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