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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무래도 다음 승부처는 미국 1위 리테일 브로커리지 플랫폼인 로빈후드와 누가 손 잡느냐가 아닐까요.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 창구를 통한 '폭발력'을 본 이후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 대형증권사 전략 담당 임원)
증권사들의 '동맹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한국 주식 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미국 온라인 1위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를 통해 쏟아져 들어온 '파란 눈의 동학개미'들의 위력을 실감한 까닭이다. 다음 관심은 미국 내 거래량 1위 핀테크 플랫폼인 로빈후드 등 거대 리테일 창구를 어느 국내 증권사가 먼저 잡느냐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IBKR은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 접근 서비스를 공식화했다. 노동절 연휴 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IBKR의 국내 중개 증권사인 삼성증권 창구로 쏟아져들어온 리테일 주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는 모양새를 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해외 투자자들이 관심을 둔 국내 대형주의 거래원 매수상위를 삼성증권이 휩쓰는 모양새였다.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0원 하락한 환율 등 달러 유입 규모를 고려하면, 삼성증권을 통한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창구 주문 중 20~30% 이상이 외국인 리테일 주문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했다.
해외 리테일의 국내 주식 수요를 확인한 후발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홍콩 엠퍼러증권과 첫 외국인 통합계좌 업무 협약을 맺은 하나증권은 최근 일본 캐피탈 파트너스에 이어 홍콩 후투증권과의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플랫폼 위불은 국내 메리츠증권과 본계약을, 키움증권과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벌써부터 어색한 삼각관계가 연출됐다는 평가다.
국내 1위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도 상반기 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파트너십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안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해외 파트너와의 협의와 시스템 연계를 준비하고 있다.
관건은 단순히 외국인 통합계좌를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제도적으로 여러 증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된 만큼,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 개시 자체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KR은 글로벌 전문투자자와 액티브 투자자들이 많이 쓰는 멀티마켓 브로커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한국 주식이 IBKR 플랫폼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해외 투자자들의 종목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결국 실제 해외 개인투자자 주문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어떤 해외 플랫폼'과 손잡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가의 관심은 미국 리테일 거래량 1위 핀테크 플랫폼인 로빈후드와 누가 손을 잡을 것인지로 쏠린다. 공식적으로 인정한 증권사는 없지만, 이미 복수의 국내증권사가 협력 의사 타진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로빈후드는 미국 개인투자자 시장의 대중성을 대표하는 모바일 증권앱으로 꼽힌다. IBKR이 글로벌 시장 접근성과 전문성을 앞세운 플랫폼이라면, 로빈후드는 미국 개인투자자 저변과 모바일 접근성을 앞세운 플랫폼이다. 로빈후드가 한국 주식 거래를 제공할 경우, 한국 주식은 미국 리테일 투자자 앱 안에서 보다 대중적인 투자 선택지로 들어갈 수 있다.
로빈후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2740만명의 자금 입금 고객과 3070억달러 규모의 총 플랫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고객자산 기준으로는 찰스슈왑 등 전통 대형 브로커가 더 크지만, 모바일 기반 미국 개인투자자 시장에서 로빈후드가 가진 상징성은 작지 않다. 국내 증권사들이 로빈후드와 같은 리테일 플랫폼 확보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통합계좌는 이제 시작 단계라 서비스 개시 자체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결국 해외에서 실제 주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로커와의 제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