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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지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자본 확충을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워왔다. 브로커리지 호황과 발행어음·IMA 등 자금 조달 창구가 확대된 가운데, 국내 IB 시장은 제한된 파이 속에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뚜렷한 성장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확장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전략을 두고 국내 증권사들은 하우스별로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 접근법을 세우고 있다. 과거 해외 포트폴리오가 부동산 자산에 집중됐던 가운데 일부 손실을 경험하면서 투자 영역 다변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자본력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본 확대 경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전통 IB 영역은 인력 대비 수익성이 낮고 시장 규모 자체에도 한계가 있어 확장이 쉽지 않다”며 “현재 금리 환경 등을 감안할 때 증권사들이 해외 비즈니스를 확대하기에 유리한 여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B증권은 해외 비중이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인 확장 전략을 모색 중이다.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세일즈 조직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 해외 인수금융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인수금융뿐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 포트폴리오 확대 방안도 병행해 검토하고 있으며, 임원진을 중심으로 해외 딜과 상품에 대한 내부 스터디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은 홍콩 법인 세일즈 조직과 국내 IB 간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기적인 외형 확대보다는 딜 소싱과 협업 체계를 유기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다. 국내 IB 비즈니스의 수수료 한계가 뚜렷한 가운데 수익성 측면에서 해외 인수금융의 매력이 부각되면서 현지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관련 트랙레코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주 차원에서 해외 인프라 투자 등이 일부 이뤄지고 있으나 증권 부문에서는 해외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해외 부동산 자산의 경우 과거 투자 손실 영향으로 업계 전반이 신규 투자에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포트폴리오는 에쿼티 투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나증권은 과거 해외 부동산 및 PF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하우스 중 하나다. 다만 일부 투자에서 부실 사례가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관련 자산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현지에서도 우량 딜의 경우 국내 금융사는 은행을 포함해 잠재 투자자 리스트에 포함되기 어려운 데다, 직접 딜 소싱 역시 쉽지 않은 구조이고 에쿼티 투자도 글로벌 IB나 자문사가 중간에 참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동산 자산은 과거 투자 손실의 여파가 남아 있는 만큼 사실상 배제하고 인프라나 에쿼티 중심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글로벌 진출에서 선두로 꼽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시장 확대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고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 인수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이어왔다. SpaceX를 비롯한 관련 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도 병행하며 해외 비즈니스 영역을 다각화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지 법인을 통해 IB와 브로커리지 업무를 직접 수행하며 독립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구축했다. 2025년 기준 홍콩·영국·미국·싱가포르·인도 등 11개 지역에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법인 세전이익은 4981억원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했으며, 뉴욕 법인은 2142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최근 들어 해외 확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꼽힌다. 해외 투자상품 소싱을 위한 MOU 체결 등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해외 사모대출 역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소싱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Baa3로 하향 조정하고 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위험선호도(24.5%)가 업계 평균을 웃도는 가운데 단기자금으로 장기투자를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리스크를 지적했다. S&P는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고, 장기신용등급 ‘BBB’, 단기신용등급 ‘A-2’를 유지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해외 비즈니스에서 쏠림 현상이 이전보다 완화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사모대출, 부동산, 해외 에쿼티 등 특정 분야가 특별히 더 위험하기보다 분산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다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에서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본력이 빠르게 확대된 만큼 해외 확장은 불가피하다”며 “해외 사업의 경우 잠재 리스크 관리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이에 맞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