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질 사업장 늘어나는 현대건설, 차환 부담도 쌓인다
입력 2026.05.11 07:00

가양동 두 개발사업 지연에 유동성 부담
전국 공동주택 사업장에서도 상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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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건설이 국내 다수 사업장에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내에 준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개별 사업장 리스크가 회사 전반의 유동성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은 역시 '가양동 지식산업센터'다. 현대건설은 CJ 부지(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92-1)와 이마트 부지(가양동 449-19) 개발사업에서 시공을 맡고 있다.

    가양동 CJ 부지 개발은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근린생활시설 등 업무복합시설 개발이다. 1~3블록 중 3블록을 공동주택으로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6조원 규모며 본PF는 총 2조8000억원(트랜치A-1~2 1조6000억원, 트랜치B-1~3 1조2000억원)이다. 개발사업의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선순위에 책임준공, 후순위에 자금보충을 확약했다. 시행사 인창개발은 4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을 사실상 브릿지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른바 '가짜 본PF'라는 얘기다. 본PF 전환은 이뤄졌지만 PF 만기 내 완공이 어려워 차환을 전제로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본PF 계약의 경우 완공 예정일을 대출 만기일보다 한두 달 앞당겨 설정해 둔다.

    2029년 9월 준공이 목표였지만 이후 서울시 강서구청에 용도변경을 신청해 준공 시점 지연이 불가피하다.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축 인허가 등 관련 행정절차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르면 올해 7월 용도변경 작업을 마칠 거란 전망이다. 작년 4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은 약 5%다.

    이처럼 사업이 지연되면 PF 대출 만기와 실제 사업 완료 시점 간 괴리가 커져 차환 리스크가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은 유동화 조달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현장이 적지 않은 만큼 차환 부담이 점차 누적될 거란 평가다.

    가령 트랜치A-2 조달을 위해 설립된 특별목적회사(SPC) 노바프라임일차의 경우 한 달 만기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매달 발행해 직전의 ABSTB를 차환하고 있다. 구체적인 자금 흐름은 노바프라임일차가 ABST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또 다른 SPC인 더프라임가양제일차에 자산유동화(ABL) 대출을 실행한다. 더프라임가양제일차는 이를 인창개발에 트랜치A-2 대출로 집행하는 구조다.

    특이사항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발행금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4월 21일 1회차 1127억원 발행 이후 지난 4월21일 22회차는 1743억원으로 확대됐다. 발행금액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배경으로 CJ 부지 개발사업의 이자 재원 부족이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분양이 된 사업장이라면 분양대금으로 사업비를 충족하기 때문에 증액할 일이 없고, 브릿지론 단계라면 당분간 추가될 사업비가 없어서 증액할 일이 없다"며 "사실상 브릿지론 단계인 CJ 부지 개발사업이 증액하는 건 이자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보다 만기가 긴 PF 조달 역시 유동성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랜치B-2 조달용 SPC 비욘드지와이제이차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제1회 유동화사채는 올해 12월22일 만기를 맞는다. 노바프라임일차와 마찬가지로 차환이 필요하다.

    트랜치B-1 조달용 SPC 더블케이가양유동화전문이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제1회 유동화사채는 2029년 12월21일에 만기가 도래한다. 준공 목표일인 2029년 9월 이후 사업이 지연될 경우 이 역시 차환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마트 부지 개발사업도 공동주택으로 용도변경을 검토하고 있어 착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올해 4월 20일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고 5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해당 부지 개발사업은 2021년 6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사업 계획이 수차례 변경됐다. 애초 오피스텔 건설을 염두에 두다가 지식산업센터로 용도를 바꾼 바 있으며, 브릿지론 단계에서만 약 5년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공동주택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거나 용도변경 이후에도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경우 추가 사업 지연과 차환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수 있다. 총사업비는 1조8000억원 규모다.

    이외에도 현대건설과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산보강 또는 책임준공을 약속한 전국 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각 PF 조달 규모는 수백억원대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공동주택 사업장에서만 사례별로 ▲준공 후 미분양에 할인 분양했지만 여전히 분양률 저조 ▲분양가 대비 낮아진 가격에 입주율 저하 ▲인근 시세 대비 높은 가격으로 미분양 지속 등 이유로 원금 또는 이자 상환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치상으로도 이러한 재무 부담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작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년 대비 ▲현금및현금성자산 감소(5조1304억원→4조8127억원) ▲매출채권 증가(5조3192억원→6조8423억원) ▲차입금 증가(3조2466억원→3조8519억원) ▲우발부채 증가(11조7668억원→12조8435억원) 등의 변화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매출채권(공사 미수금)이 증가하면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이 감소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입금이 늘고 PF 보증 등 우발채무 부담도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곤 한다.

    아울러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7482억원으로 4년 연속 마이너스다. 공사 대금이 밀리며 작년 공사 미수금은 6조8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사업장에서 유동화 조달이 막힌 것은 아니지만, 다수 사업장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차환 부담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국내 건축·주택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만큼 결국 해외 수주와 플랜트·에너지 부문에서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