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ROA 관리 '고심'…그룹 없는 보험사 '구조적 한계' 지속
입력 2026.05.11 07:00

손보 본업 수익성 '구조적 침체' 봉착…자산운용 혁신 전략 '절실'
자산 5조 격차에도…현대해상, 메리츠화재에 수익 효율성 '판정패'
지배구조로 판가름 난 운용 역량…금융그룹 '투자 네트워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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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손해보험업계가 상품 손해율 악화로 본업 수익성 창출이 제한적인 가운데, 현대해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그룹 산하 손보사들이 증권 및 운용 계열사를 등에 업고 고수익 자산 투자를 늘려가며 ROA(총자산이익률)를 끌어올리는 사이, 현대해상은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발표를 앞둔 1분기 실적 역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25%가량 하락하며 컨센서스(시장 예상 평균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 제도 개편ㆍ해약환급준비금 적립 비율 완화ㆍ자동차보험 요율 인상 등 제도 개선 수혜도 기대되지만, 애초에 제도 개선에 기대야 하는 재무환경 자체가 답답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규모 업계 3위(약 49조원)인 현대해상의 ROA는 1.13%로 집계됐다. 이는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3.79%)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양사의 자산 규모 차이가 5조원 이상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현대해상의 ROA는 2년 연속 대형 손보사 중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4년에는 긍정적인 업황에 힘입어 2.14%의 ROA를 기록했지만, 당시 업계 경쟁사인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경우 각각 3.35%, 3.94%의 높은 ROA를 달성한 바 있다.

    올 1분기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해상의 올 1분기 연환산 ROA를 1%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은 지난해 대비 늘어나겠지만, 순익이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연간 ROA 전망치 역시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1.1% 안팎으로 제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금융그룹 배경이 없는 '독립형 보험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보유한 그룹 계열 손보사가 '투자 정보의 내재화'와 '우량자산 선별 역량(딜 소싱)'의 우위를 바탕으로 높은 ROA를 창출할 기반이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 시장에 정통한 그룹 계열사를 둔 보험사들은 시장의 우량 딜 및 투자 정보를 신속하고 정교하게 접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갖는다. 과거처럼 계열사 간의 노골적인 '물량 밀어주기'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자취를 감췄지만, '보이지 않는 시너지'가 그 자리를 채운 셈이다.

    KB손해보험, DB손보, 메리츠화재 등은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시너지를 추구하며 대체투자 비중을 늘렸고, 이를 통해 투자 수익성을 제고했다. 그 사이 현대해상은 ALM(종합자산부채관리) 전략을 명목으로 기존의 채권 투자 비중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등 보수적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런 전략의 차이가 현재 실적 격차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운용자산 중 채권 투자 비중은 전년 대비 4.7%포인트 늘어난 43%로, 상위권 손보사의 채권 투자 비중이 25~38%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근 수 년 새 투자처를 제안하거나 딜을 보유한 발행사 및 주관사들 사이에서도 증권 및 운용 계열사가 있는 금융그룹 내 보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변수로 떠올랐다. 그룹 운용사 인력이 보험사 CIO(최고투자책임자)로 포진해 있는 등 투자 이해도와 딜 성사 가능성 측면에서 '지주형 보험사'가 '독립형 보험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갖고 있지만, 최근 들어 투자처를 조금씩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우량 투자처나 딜을 제안하는 입장에서는 증권 및 운용사의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금융그룹 내 보험사를 투자 파트너로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그룹 배경에 따라 ROA 양극화가 고착화될 경우, 현대해상은 자본 확충 능력을 비롯해 배당 여력에서도 경쟁사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본업 마진 잠식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 수익률 정체는 현대해상의 향후 실적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업 수익성의 구조적 한계가 지속될수록 자산운용 역량이 보험사 밸류에이션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며 "기존 ALM 전략뿐만 아니라 내부 자산운용 프로세스 혁신과 투자 정보 네트워크 강화가 수익성 침체 극복을 위해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