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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우리투자증권이 추가로 1조원 규모의 증자를 검토 중이다. 자기자본 3조원을 확보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겠다는 그룹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다.
코스피 7000 시대 개막과 함께 자본시장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주요 금융지주들도 증권 계열사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머니무브'의 중심축이 은행에서 증권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증권사 경쟁력의 척도인 자기자본 확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우리투자증권에 추가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 1조원 수혈로 약 2조2000억 원까지 불어난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번 추가 증자가 이뤄질 경우 종투사 인가 기준인 3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종투사 인가를 받으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전담중개업무(PBS)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3조 원이라는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증권업계 내에서 기본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증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과감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지주 실적발표 IR 당시 증권사가 자체 수익 창출을 통해 성장하고, 필요 시 추가 자본을 지원할 수 있다는 방향성이 제시되긴 했지, 1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은 예상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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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는 최근 금융지주들의 공통된 비은행 강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비은행 계열사 중 증권업의 성장 기대감이 가장 높고, 자기자본 규모가 곧 사업 확장의 동력으로 직결되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실제 최근 IB업계에서는 자본 규모에 따라 경쟁력이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대체투자, 인수금융, 프리IPO 등 사모시장 중심의 딜이 확대되면서, 대형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직접 투자나 자금 확약을 제안하며 딜을 선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IB사업이 전통적인 수수료 기반에서 자기자본 기반 직접투자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지주로부터 신종자본증권 방식으로 1조5000억원을 수혈받았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각각 6500억원, 7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연이은 증자 역시 이 같은 업계 전반의 자본력 강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증권사들의 가파른 실적 성장세도 자본 확충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 등에 힘입어 미래에셋증권은 올 1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는 3~4조원대에 달한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의 실적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현재의 증권업 호황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 역시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본 확충 명분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체급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향후 사업 확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지금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 측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 다만 단계적 증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