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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전자가 약 3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을 다시 찾는다. 최근까지 은행 대출과 단기성 차입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관리해 왔지만, 10년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AA)는 2·5·10년물로 총 2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조달 계획을 세웠다. 트랜치별 구체적인 발행액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iM증권이다. 오는 19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8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LG전자의 공모 회사채 발행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간 회사는 공모채보다는 은행 차입과 단기성 조달을 활용해 자금을 운용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으로부터 약 4000억원 규모 자금을 대출받았다. 만기는 3개월 미만으로 짧게 설정했다. 당시 회사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우선 단기 차입으로 자금 수요에 대응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최근까지 돌아오는 만기 채무와 운영자금 수요를 단기 차입으로 우선 대응해 왔지만, 차입구조 장기화를 위해 공모채 발행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과거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 도래도 앞두고 있다. 2014년 발행한 사모채 1000억원과 2016년 발행한 공모채 1500억원 등의 만기가 예정돼 있어 차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2조6442억원으로 지난 2024년 말(13조9825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조5730억원에서 8조7698억원으로 늘어나 유동성 대응 여력도 확대됐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차입금은 2조4642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5644억원에서 4822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헤드는 "LG전자는 현금성 자산도 충분한 편이고, 이번 조달은 성격상 차환용에 가깝다"며 "10년물이 포함됐는데 우량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벤치마크 성격으로 장기물을 한 번씩 발행해 시장 존재감을 관리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조달 수단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3월에는 중국 내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7억위안(약 1515억원) 규모 김치본드를 발행했다. 국내 공모채뿐 아니라 해외 대출과 외화채를 병행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가장 유리한 조달 창구를 선택하는 전략을 이어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LG전자 수요예측 결과가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개시 이후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일부 종목은 유통시장 금리가 급등하고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다만 AA급 이상 우량채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와 등급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AA급 제조업 우량채까지 투자심리가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