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에 RWA 몰아주기' 시동…TF 만들어 고민하는 금융지주들
입력 2026.05.12 07:00

금융지주, 증권 RWA 배분 조정 위해 TFT 가동 논의
'생산적 금융'에 증권 실적 호조…'체급 경쟁' 본격화
환율 변동성 등 여전…규제 완화 맞춘 '신중 집행'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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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계열 증권사에 위험가중자산(RWA)을 추가 배분하는 방안을 두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그간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자본 관리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던 증권사들의 '리스크 쿼터'를 늘리고 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증권 계열사를 중심으로 RWA 배분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일부 지주는 계열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T)를 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는 은행의 CET1 비율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해 은행, 증권사 등 주요 계열사별 위험자산 한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수익성이 둔화하고 비은행 부문의 역할론이 커지면서, 지주사들은 이 한도의 '파이'를 증권사에 더 떼어주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환율 등에 따라 소폭 조정이 있기도 하지만, 통상 계열사별 RWA는 연간 한도를 기준으로 관리한다"며 "TFT를 통해 이 같은 배분 방식을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KB금융과 우리금융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RWA 추가 할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금융지주들까지 RWA 재배분을 고려하면서 사실상 계열 증권사에 대한 'RWA 몰아주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지주사 산하 증권사들은 RWA 한도 탓에 전업계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발행어음, IMA 등으로 광폭 행보를 보일 때도, 이들은 지주의 자본 적정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영업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논의에 물꼬를 터준 건 '생산적 금융'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전반적인 RWA 규제 완화를 시사하면서 지주사들도 비은행 강화의 명분을 얻었다. 특히 증권업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RWA만큼 확실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대부분이 연내 계열 증권사들의 RWA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행어음 등의 운용에서 좀 더 공격적인 보폭을 가져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RWA 배분 확대가 곧바로 대대적인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환율 불안정성이 커졌고, 주주환원 확대 정책 등으로 CET1 비율 관리가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등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비상장 주식의 위험가중치(RW)를 하향 조정하는 등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여기에 더해 ▲유가증권 적용 위험가중치 추가 완화 ▲투자자 예탁금의 RWA 산출 제외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당국에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황성엽 금투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산의 실질 리스크를 반영한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 현실화를 당국에 건의하겠다"며 "특히 지주 계열 증권사 투자 역량을 제약하는 자기자본비율(BIS) 중복 적용 등 이중 규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주사의 심사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변수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RWA 한도를 더 배정받는다고 해서 지주의 빡빡한 리스크 심사 기준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도가 늘어난 만큼 자본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지주 차원에서는 수익성이 확실한 딜인지 이전보다 더 까다롭게 검토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