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리츠 부도 일파만파...KB·신한, 해외 부동산 리츠 수습 '시험대'
입력 2026.05.12 07:00

제이알리츠 회생 여파에 해외 부동산 리츠 전반 ‘경고등’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누적 결손·환헤지 부담에 추가 지원론
KB스타리츠, 벨기에 자산 LTV 변수 주목…유증 과정서도 부침
“브랜드 걸고 조달한 만큼 책임 불가피”…금융지주 지원 압박 커져

  •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 신청 후폭풍이 국내 리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해외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으로 현금흐름이 막히며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한 이번 사례는 해외 자산을 담고 있는 국내 리츠들의 부실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특히 국내 대표 금융그룹인 KB와 신한의 ‘브랜드’를 내걸고 상장된 리츠들 역시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이들 리츠의 정상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계열사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작부터 잡음 이어진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정상화까지 '험로'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한리츠운용은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의 정상화를 위해 약 600억~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리츠운용의 2025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79억원에 수준이어서, 신한금융지주로부터의 차입이나 증자 지원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상장 당시부터 순탄치 않았다. 2022년 국토교통부 영업인가 이후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며 상장이 2~3년 연기됐고, 이 과정에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신한라이프가 보유하던 자산을 넘겨받고,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대출과 상장 주관까지 맡으면서 ‘부실 자산 떠넘기기’라는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상장 이후 성적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부동산 펀드(USGB·PRISA·USCP)에 투자하는 재간접 구조인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분기 수익률이 1% 안팎에 머물거나 일부 기간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운용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음에도 약속한 고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현금, 즉 자본금을 깎아 배당 재원(주식발행초과금 전입)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존 자본력을 소진해 배당을 이어가는 구조인 만큼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상장 이후 순손실이 지속되며 결손금 규모도 336억원에서 424억원, 511억원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환헤지 정산 비용과 고금리 차입 부담까지 겹치면서 공모가 3000원에 상장했던 주가는 현재 1000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 없이는 단기간 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KB스타리츠, ‘제이알’과 같은 벨기에 자산…LTV 부담 주목 

    KB금융그룹의 KB스타리츠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체 자산의 약 77%를 차지하는 주력 자산 벨기에 브뤼셀 ‘노스 갤럭시타워’가 최근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와 동일 권역(브뤼셀)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오피스 시장의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의 여파를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표면적인 지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2025년 7월 사업보고서상 노스 갤럭시타워의 LTV는 65%로 캐시트랩 발동 기준(68.5%)에 여유가 있고, 2026년 1월 감정평가액도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KB스타리츠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LTV는 이미 72%에 달해 캐시트랩 기준선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당장 제이알글로벌리츠와 동일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해외 오피스 자산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KB스타리츠는 지난해 환헤지 정산금 지급을 위해 약 587억원 규모 차입에 나섰고, 올해 역시 200억원 수준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차입 규모가 늘어나며 부채비율도 2025년 7월 249%에서 2026년 1월 말 334%로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최종 조달 규모는 1050억원 수준으로 축소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이름값은 해야 하는데…” 금융지주의 깊어지는 한숨

    금융그룹의 이름을 내건 만큼 이들 리츠를 제이알글로벌리츠 회생 사태처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지주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최근 유가 급등과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금융비용 상승 부담이 겹치며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성도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브랜드를 걸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문제는 정상화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느냐”라고 말했다.

    신한과 KB 모두 증권 계열사가 실권주 매입이나 회사채 주선을 떠안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를 계기로 해외 부동산 리츠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국내 양대 금융그룹이 브랜드 신뢰도를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험대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