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이익 1兆ㆍ연간 순익 전망 3兆...증권사 '뜨거운 어닝 시즌' 개막
입력 2026.05.12 10:09

거래대금 폭증에 증권사 실적 질주…어닝시즌 기대감 고조
미래에셋 분기 영업익 1조 가시권…업계 첫 기록 쓰나
증권주 랠리 이어지지만 “실적 대비 과열” 시각도

  • 증권업계의 '어닝 시즌'이 뜨겁다.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는 가운데, 업계에선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간 순익 1조원이 '수익성 좋은 증권사'의 기준이었지만, 올해는 벌써부터 대형사 연간 순익 3조원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급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니무브'의 흐름이 구체적인 실적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3750억원, 당기순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1조5900억원)의 60%를 올해 첫 분기에 벌어들인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분기 영업익 1조원 고지를 밟은 회사가 됐다.

    미래에셋의 기록적 실적 뒤에는 증시 활황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폭증과 더불어 대체투자 성과가 언급된다. 미국 우주기업 SpaceX 투자 관련 평가이익 약 1조원 중 일부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4000억원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뜨거운 어닝 시즌'은 이미 전날부터 예견됐다. 지난 11일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095억원, 순이익 450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1%, 81.5% 급증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시장 전망치였던 영업이익(5128억원)과 순이익(3625억원)을 각각 19%, 24%가량 웃돌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역시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증가가 언급된다. 삼성증권의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은 5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94.7% 늘었다. 대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초고액자산가(HNW) 고객의 자산가치가 상승했고, 이는 WM(자산관리) 부문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WM 수익은 7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NH투자증권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6367억원, 순이익 4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9%, 128.5% 증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3942억원)를 20%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증시 상승과 거래대금 확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올해 1분기 증권업 전반에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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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적 발표를 앞둔 한국투자증권 역시 영업이익 1조원 달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에프앤가이드는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8220억원, 672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일부 증권사는 순이익 전망치를 8000억원대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WM 수익 증가와 함께 SpaceX 투자 평가이익 약 1400억원, 저축은행 충당금 일부 환입 효과 등이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영업이익 역시 1조원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여파로 S&T 부문 실적 우려가 제기됐지만, 운용손익 방어가 예상보다 양호한 데다 IB 업황 둔화 영향 역시 브로커리지 수익이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어 증권업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2분기 들어 거래대금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4일과 6일, 7일 국내 증시 거래대금(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기준)은 각각 92조101억원, 126조7641억원, 111조2262억원을 기록했다. 3거래일 평균 거래대금은 110조원 수준으로, 지난 4월 일평균 거래대금(68조원)을 크게 웃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증권업황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통합계좌 제도 개선에 따른 해외 투자자 유입 확대가 증권업 호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7년 도입됐지만 계좌 개설 주체 제한과 즉시 보고 의무 등 규제 부담으로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1월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온라인 1위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의 제휴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업을 둘러싼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개선 흐름과 별개로 현재 주가 수준이 이를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느냐를 두고선 시장 내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 8만4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1만2600원(5월 12일) 대비 6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단기간에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증권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형증권사 전략 담당 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순익 1조원을 뜻하는 '1조 클럽'이 일종의 수익 기준선이었다면, 올해엔 '3조 클럽'이 기준이 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며 "국내 증권사 연간 순익 총합이 시중은행을 넘어서는 첫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