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금융’ 경고 직후…은행·카드사, ‘상록수’ 부실채권 정리 속도
입력 2026.05.12 16:13

李 “원시적 약탈금융” 직격에 금융권, 상록수 채권 매각 추진
은행·카드사 잇단 정리 방침…사원사 동의 여부가 최종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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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를 겨냥해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하자 금융권이 일제히 장기 연체채권 정리에 나섰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카드, 우리카드,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는 상록수가 보유한 자사 지분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오래 묵은 연체채권 추심 관행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금융회사들이 뒤늦게 추심 중단 및 채권 정리에 나선 모양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날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가운데 신한카드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나은행도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기로 했다. 우리카드와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역시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실제 매각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해당 채권이 편입된 유동화전문회사의 구조상 주요 자산 처분은 사원총회 의결 사항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개별 금융사가 단독으로 매각을 결정할 수는 없으며, 우리카드를 비롯한 다른 사원사들과 잔여 회원사들의 동의가 함께 이뤄져야 최종 매각이 가능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록수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는 카드대란 수습을 위해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법정 최고금리에 가까운 이자를 적용하며 저신용자의 경제적 재기를 오히려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 연체채권 정리 기조와도 맞물린다.

    장기 연체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이후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조정과 분할상환이 추진되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의 채권은 1년 이내 자동 소각된다.

    상록수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주주 구성은 신한카드(30%),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등 제도권 금융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 지분은 대부업체 등 3곳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상록수 주주로 참여한 상태에서 장기간 연체채권을 추심·회수하고 배당까지 받아온 구조 역시 비판 대상이 됐다. 부실채권 정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민간 배드뱅크가 사실상 장기 수익사업처럼 운영돼 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포용금융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공개 비판 이후 금융사들이 잇따라 채권 매각에 나선 것도 이러한 여론 부담을 의식한 대응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