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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금리 대출 공급 의무를 둘러싼 금융권의 업권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잔인한 금융' 질책 이후 정부의 메시지가 1금융권의 중·저신용자 포용으로 향하면서,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 서로 책임의 무게를 덜고자 하는 '수세적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는 7960억원으로 인터넷은행 3사의 7650억원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특히 KB국민은행은 3068억원을 기록하며 카카오뱅크(4500억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올해 1조5300억원 공급 목표를 세운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 하반기로 갈수록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 1분기 국민은행 공급 규모가 3068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1금융권 저금리로 갈아태우는 '차환(대환) 대출' 상품도 일부 활용하고 있다. 꼭 차환 상품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이번 금융지주 차원에서는 기존 2금융권을 이용하던 고객을 1금융이 포용하라는 메시지가 비교적 명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 메시지의 핵심은 결국 1금융권이 앞서서 더 많은 중저신용자를 적극 지원해달라는 요청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최근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든 건 역설적으로 1금융권이 그만큼 중저신용자 포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중저신용대출 의무비율을 적용받고 있는 인터넷은행이 전면에 설 것인지, 혹은 '맏형' 격인 시중은행들이 전면에 설 것인지를 놓고서는 물밑 긴장감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11일에도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새희망홀씨 대출 등 저신용자 대상 상품 취급 확대를 요구했다는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8조6900억원으로 목표치(9조6970억원)을 밑돌았다. '6·27 가계대출 규제' 이후 연소득 이내로 대출 한도가 제한되면서 공급 흐름이 꺾인 영향이 컸다는 게 시중은행 설명이다.
올해 금융위원회가 설정한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는 약 32조원이다. 1·2금융권 합산 수치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들도 기존 취급액 이상으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저신용자 신용공급'을 취지로 출범한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대출에 대해 추가적인 책임을 지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김용범 정책실장 또한 인터넷은행들에 대해 "'체리피킹'은 인뱅의 사명이 아니"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맏형'격인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 포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정책의 또다른 축인 생산적 금융, 즉 기업대출 공급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신용대출)에 집중하는 구조가 현재 정책 구조상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위험가중치(RW)가 높은 중저신용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자본 부담이 커져 기업대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건전성은 국가 신용도와 직결되는 만큼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공급 강제는 글로벌 기준인 BIS 비율 산정 체계나 프라이싱 시스템을 무너뜨려 자칫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은행은 점포나 인건비 등 비용 구조가 가벼워 시중은행보다 중금리 공급에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다"며 "시중은행은 국가적 측면에서 기업금융 등 생산적 금융 지원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만큼, 각 업권의 특성을 고려한 역할 수행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은행업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저신용 공급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설명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에만 중금리대출 2조원을 공급해 은행권 중 가장 많은 실적을 냈고, 대출 이용 고객 중 비은행업권 대출 보유자의 22%가 한 달 뒤 비은행 대출 잔액이 평균 370만원 감소하고 신용점수가 평균 37점 상승하는 등 '사다리 역할'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혁신적인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여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 또한 확대하고자 노력해왔다"라며 "앞으로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비롯한 포용금융에 매진하고, 혁신을 통해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