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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회사채 캡티브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었지만, 채권시장(DCM) 현장에서는 '증권사만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발행사는 여전히 낮은 조달금리와 충분한 수요 확보를 요구하는 반면, 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계열사나 내부 북을 활용했던 증권사만 내부통제와 제재 리스크를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DCM 부서들은 최근 금감원의 캡티브 영업 경영유의 조치 이후 회사채 주관 업무 관련 내부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있다. 사내 운용부서나 계열 금융사의 수요예측 참여 과정, 단기매도 기록, 부서 간 손익 배분, 주관부서와 운용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6곳에 공모 회사채 발행주관·운용 업무 관련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지적 사항은 업무매뉴얼과 기록보존 체계 정비, 공모 회사채 단기매도 기록관리 강화, 발행주관 및 운용 업무 독립성 제고, 수요예측 참여자 적격 여부 확인 강화 등이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가 회사채 주관 업무를 따내기 위해 사내 채권 운용부서나 계열 보험·자산운용·캐피탈사 등의 수요예측 참여를 전제로 발행사를 설득하는 관행을 말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와 안정적인 모집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활용될 경우 실제 투자 수요를 왜곡하고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 관행이 바뀌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캡티브 영업의 유인 중 하나인 발행사 측 요구 관행에 대해서는 별도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DCM 관계자는 "금감원 조치 이후 내부적으로는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와 내부 북 활용을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발행사가 여전히 낮은 금리와 충분한 수요를 요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금리까지 가능하냐', '수요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계속 나온다"며 "그 요구를 못 맞추면 다음 딜에서 빠질 수 있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캡티브를 하지 말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발행사 요구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증권사만 조심하라는 식이면 현장에서는 눈치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겉으로는 캡티브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발행사는 여전히 주관사의 배포 능력과 계열사 네트워크를 보기 때문에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나거나 금리가 높게 찍히면 결국 증권사의 역량 문제로 돌아온다"라고 말했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회사채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유인은 여전하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공모채 발행에 나서기보다, 주관사단에 더 낮은 금리와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요구하거나 은행 대출, 사모채 등 다른 조달 수단을 병행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발행사는 그대로, 증권사만 리스크'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회사채 주관 경쟁에서는 낮은 금리와 수요 확보 능력이 여전히 핵심 평가 기준인데, 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재 대상은 증권사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형 발행사일수록 증권사 입장에서는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향후 회사채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인수금융, 지배구조 자문 등 다른 IB 딜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객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IB 임원 "금감원 조치 이후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아직 크지 않다"며 "실효성 있게 하려면 발행사 쪽에도 일정 부분 바인딩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발행사 확인 의무나 RFP 문구 정비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회사채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발행사가 계열사·내부 북 참여를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남기거나, 증권신고서와 수요예측 관련 서류에 캡티브성 요구가 없었다는 문구를 포함하는 방식이다.
물론 증권사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운용부서 손실을 IB 수수료로 보전하거나, 부서 간 손익을 조정하는 방식은 발행주관 업무와 운용 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캡티브 수요가 실제 투자 수요처럼 반영되면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도 약해진다.
그럼에도 DCM 업계에서는 캡티브 영업을 단순히 증권사 과열 경쟁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발행사는 낮은 금리와 안정적인 수요를 원하고, 증권사는 주관 지위와 고객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해 이를 맞추려는 구조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관행을 없애려면 증권사 내부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발행사도 낮은 금리와 수요 확보를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관사단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가 이어지면 증권사는 형식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발행사는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식의 관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