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뢰 전에 먼저 간다…IB, 자본력·선제영업으로 승부"
입력 2026.05.14 07:00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인터뷰]
발행어음.IMA, 투자역량 강화 및 인하우스 소화비중 확대
전략컨설팅·RM 협업…의뢰 오기 전 분석·솔루션 먼저 제안
조직개편으로 IPO·해외 사업 재정비…IB 구조적 변화 대응

  • <편집자주> 기업금융(IB) 부문은 최근 증권사의 가장 핵심적인 상품 공급자로 떠올랐다.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생산적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모인 수십조원의 자금이 IB의 거래 수주만을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IB부문의 영업 환경은 거시경제 환경 악화, 일부 제조업을 제외한 주요 산업의 업황 악화, 경쟁 격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올해 활동성과는 각 증권사의 실적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증권사 IB 영업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커버리지 부문의 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각 사의 전략과 해법, 전망을 들어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증권업계 최초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2조원을 넘어섰다. 김성환 대표이사는 올해 3연임 임기를 시작했고, 지난 2년간 공석이던 IB그룹장에는 김광옥 부사장이 선임됐다.

    2020년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떠나 카카오뱅크에서 근무했던 김 부사장은 약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그는 증권사 IB의 수익 구조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발행어음과 IMA 등 수신 기능이 확대되면서 증권사의 자본 활용도가 높아졌고, 이를 기반으로 IB 비즈니스의 영역과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시점인만큼 부담은 적지 않을 터. 김 부사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양질의 딜 소싱”이라며 “증권업 패러다임이 본격적인 IB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지점으로는 발행어음과 IMA 등 수신 기능 확대를 꼽았다. 예전에는 IB가 딜을 가져오면 대부분 외부 투자자들에게 셀다운하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회사 내부 운용 자금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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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국투자증권)

    김 부사장은 “이제는 사내에서 충분히 딜을 소화할 수 있는 자본력이 생겼다”며 “고객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 공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IB의 역할도 단순히 자체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회사 전반에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확대됐고, 이에 좋은 딜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운용 부문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 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IB 경쟁 역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선제 영업’을 통한 파트너십을 꼽았다. 단순히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이 산업적으로 처한 고민을 먼저 연구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IB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장기 파트너십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략본부 내 전략컨설팅 조직을 별도로 두고 산업·기업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다. RM 조직과 전략컨설팅 조직이 함께 기업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구조다. 김 부사장은 “기업과 먼저 고민을 공유한 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이후 직접 브리핑하는 형태의 선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 경쟁이 갈수록 ‘속도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제 영업을 위해서는 시장 흐름을 먼저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것. 그는 “시대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계속 훈련이 필요하다”며 “매주 애널리스트를 초빙해 산업 변화는 물론 전쟁이나 유가 상승 같은 거시 이슈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딜 경쟁이 속도전 양상으로 바뀌고 투자 기능이 강화될수록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내에서도 비교적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사장은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확대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리스크를 보는 눈’을 꼽았다. AI·반도체 등 신산업 중심으로 시장 패러다임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산업 간 주도권 변화 역시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1년 전에 삼성전자 실적조차 글로벌 시장이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은 공포”라며 “코스닥이나 신생 기업들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건 훨씬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결국 IB의 본질은 투자”라며 “회사채나 대출, CB처럼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있어 보여도 근본적으로는 성장성을 판단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를 특정 조직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RM 스스로 산업과 기업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며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성장성과 산업 흐름을 읽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IPO 시장 위축 영향 속에서 실무진 이탈이 이어진 증권사 중 하나다. 전통 IPO 시장 둔화에 따라 증권사 IB 조직 전반에서 구조적 인력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IPO본부를 ‘IPO&성장금융본부’로 개편하며 조직 방향성 변화에 나섰다. 기존처럼 IPO를 단발성 이벤트로 접근하기보다 기업의 성장 과정 전반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김 부사장은 “IPO는 기업과 2~3년 이상 관계를 맺게 되는 영역”이라며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계속 존재하는 만큼 성장 과정 전반에서 증권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대출이나 다양한 금융 솔루션까지 함께 고민하면서 장기적으로 같이 가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사업에서 오피스빌딩 등 해외 대체투자 중심의 사업을 확대해왔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과정에서 성과와 손실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시장 흐름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최근 주목하는 해외 IB 영역으로 인수금융을 꼽았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IB4본부 산하에 국내외 인수금융 전담 조직인 ‘글로벌인수금융부’를 신설했고, 해외 네트워크 역시 IB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홍콩 현지법인을 기존 글로벌 부문이 아닌 IB 조직 산하로 편입한 점도 특징적이다. 

    김 부사장은 “해외에서도 원화 조달 수요가 존재하고, 해외 빅딜 참여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역, 통화 측면에서 다양한 니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등 현지법인이 있는 지역들과 연계해 인수금융뿐 아니라 DCM 등 다양한 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한국투자증권 커버리지 조직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최근에는 증권업 자체가 수수료 중심에서 자본 활용 중심으로 바뀌면서 커버리지의 역할도 달라졌다. 단순히 기업을 많이 만나는 게 아니라 산업을 분석하고 기업의 문제점을 발견해서 솔루션까지 제시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기업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고민하고 제안하는 선제 영업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산업군이나 딜 유형은?

    “생산적 금융 방향성과 맞물려 AI·데이터·로봇·반도체·에너지 같은 첨단 산업들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커버리지 조직도 어떤 산업에 리소스를 더 투입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다만 산업을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는 만큼, 새로운 사업이 나타나면 계속 연구하고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딜 가뭄이란 평가도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니즈 변화를 어떻게 보나?

    “딜 가뭄이라는 것도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AI 같은 성장 산업은 밸류와 수요가 모두 높아진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양극화가 심해졌다. 금리 영향도 크다. 인수금융 같은 부분은 확실히 어려워졌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니즈 자체는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 새로운 솔루션을 계속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 IB가 그룹 내에서 추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논리는 무엇인가

    “양질의 딜 소싱이 원활해져야 한국투자증권 전체가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선제 영업이든 자기자본을 활용한 딜 소싱이든 더 좋은 딜을 많이 확보하면 회사 전반의 운용과 수익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IB에 대한 리소스 투자도 필요하다."

    - 올해 IB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자기자본을 투입하려는 영역은?

    “단순히 리그테이블 중심의 공모 딜보다는 기업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특정 프로덕트 중심보다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딜에 자원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같은 자본이라도 단발성보다는 5년, 10년 뒤를 생각하고 기업들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장기적으로 같이 갈 수 있는 관계에 우선 배분하는게 원칙이다.”

    - IB 수익 모델의 방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리그테이블 중심의 전통 IB 수익은 완만하게 성장하더라도 변동성이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순위 경쟁도 치열하다. 반면 회사 전체 수익 구조에서 보면 전통 공모 비즈니스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흐름이다. 결국 앞으로는 사모시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양한 상품 구조가 가능한 시장인 만큼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 최근 공모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시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PRS·메자닌 외에 최근 주목하는 자금조달 구조가 있나

    “기업 상황에 따라 필요한 솔루션은 계속 달라지고 있다. 금리 부담 때문에 기업들의 고민도 굉장히 커진 상황이다. 1분기에 조달 타이밍을 놓친 곳들도 많았다. 

    최근에는 주가가 올라오면서 증자나 CB 같은 방안을 다시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증자 자체가 어려운 기업들도 있어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PRS 구조 등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기업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구조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자기자본 활용 역량이 실제 딜 소싱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보나

    “확실히 그렇다. 특히 사모시장은 보안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딜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셀다운 과정에서 시장에 정보가 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직접 매입·보유할 수 있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단기적으로라도 시장에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는 딜에서는 북(Book) 활용도가 높은 증권사가 확실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 IMA 등으로 IB의 ‘공급 엔진’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계열사 간 시너지는?

    “내부적으로 IB와 계열사 간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환경과 산업 동향, 원하는 딜의 수요에 대한 니즈 등을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자는 취지다. 최고경영진도 내부 협업이 제대로 돼야 외부 딜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딜과 자금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구조다.”

    - 시장 양극화 속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려운 기업들일수록 증권사가 같이 고민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어떤 구조를 가져갈 지 함께 고민하는 게 결국 장기적인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 약력 : 1967년 출생. 고려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1993년 한신증권·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입사. 2007년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부서장. 2013년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상무. 2015년 한국투자금융지주 준법감시인. 2018년 한국투자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전무). 2020년 카카오뱅크 부대표. 2026년 1월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