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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이 올해 기업대출에서 '실력 발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자본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위험가중자산(RWA) 감축 등을 우선순위로 삼았지만, 최근 자본비율이 크게 오른 데다 은행 순위까지 뒤처지면서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절치부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임 회장은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타 금융지주와의 성과 수치를 직접 비교하며 최근의 실적 감소세를 조목조목 짚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의 이 같은 질책이 있었던 건 지난 1분기 우리금융 순이익이 60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들며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같은 기간 우리은행 순이익은 5220억 원으로 전년대비 1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법인 관련 선제적 충당금 1380억원을 정립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1분기 그룹 대출채권 이자수익이 전년동기대비 4.9% 줄어든 것을 볼 때 기초 체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지키던 4위 자리까지 농협은행에 넘겨줬다. 지난 1분기 NH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5577억원을 기록했는데, 약 300억원 차이로 사실상 우리은행을 상회하는 영업력을 보여준 셈이다. 통상 우리은행이 4위를, 농협은행이 5위를 지켜오던 것과 비교해 올해에는 5위로 떨어졌다.
이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보험사 인수 및 주주환원 등을 위한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필요성 때문에 그간 위험가중자산(RWA)를 크게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험가중치(RW)가 높은 기업대출 확대가 제한되면서 이자수익이라는 기초 체력마저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실제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다. 지난 1분기 우리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50조11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보다 7.3%, 신한은행이 6.19%, KB국민은행이 4.5%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지난 1분기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7.5%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이 전분기 대비 0.4%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부동산 임대업 관련 익스포저를 축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수적인 RWA 정책이 이어진 영향이란 해석이 많다.
이처럼 그동안 자본 관리에 초점을 맞춰 왔던 전략이 실적 부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자 임 회장 또한 기업대출을 강조하고 '기강 다지기'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다. 임 회장은 그간 우리은행 또한 RWA를 핑계로 기업대출에 소홀해 왔다는 문제의식도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우리은행 일각에서는 RWA 때문에 못 했던 대출을 '이제야' 늘리라는 압박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생산적금융 및 그룹 내 역할 등으로 증권사에 RWA를 몰아주는 데 대한 은행권의 답답함 또한 적지 않았던 분위기다.
최근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에서 생산적금융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고, 우리금융의 CET1비율 또한 유형자산 재평가 등으로 지난 1분기 말 전분기 대비 0.7%포인트(p) 상승한 13.6%로 올라서면서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실탄도 채웠다.
우리은행 또한 올해는 RWA 관리 대신 기업대출에서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전 은행이 생산적 금융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도 '본 게임'이 시작된 만큼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명가'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 등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몇곳 안 되기 때문에 대출을 확대할 니즈가 있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 정도"라며 "모든 은행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 확대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