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특수에 날아오른 백화점 실적…명동·잠실·강남에 쏠린다
입력 2026.05.13 11:29

백화점 3사 분기 최대 실적 성장세…외국인·명품이 견인
신세계 명동·롯데 잠실 등 핵심 점포 중심 매출 급증
"20년 만의 호황" 평가 속 환율·인바운드 의존 우려도

  • 국내 백화점 업계가 예상 밖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올해 1분기 나란히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원화 약세, 명품·패션 소비 확대가 맞물리며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된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백화점 호황을 과거와 같은 내수 소비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적 개선이 명동·잠실·강남 등 일부 핵심 점포에 집중되고 있고, 국내 소비 둔화를 외국인 관광객이 메우는 구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백화점 산업이 사실상 관광·럭셔리 소비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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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1분기 신세계백화점 총매출은 2조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10억원으로 30.7% 늘었다. 롯데백화점 영업이익은 1912억원으로 47.1%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현대백화점 역시 거래액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상대적으로 성장 강도는 약했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가장 강한 존재감을 보인 곳은 신세계였다. 명동 본점의 성장세가 크게 견인했다. 신세계 본점 매출은 55% 증가했고, 본점 내 외국인 매출 비중도 28.4%까지 상승했다. 사실상 명동 상권 회복과 인바운드 소비 확대가 신세계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롯데쇼핑은 신세계처럼 한 곳의 수혜 구조라기보다는 잠실·본점·부산본점 등 대형 점포들이 동시에 외국인 소비 수혜를 받은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전반적인 외국인 매출은 92% 증가했다. 

    롯데쇼핑 역시 구조적으로는 백화점 의존도가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백화점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하이마트·슈퍼·e커머스 등 비백화점 사업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 소비와 핵심 점포 성장이 그룹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더현대 서울(여의도점)과 판교점을 중심으로 패션 소비 성장세는 이어졌지만, 명품 세일즈가 약한 탓에 신세계·롯데처럼 외국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린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실적 시즌에서도 현대백화점은 본업 실적보다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밸류업 메시지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을 단순 유통업 호황이 아니라 '핵심 점포 재평가' 국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기존 연매출 1조원을 넘겼던 핵심 점포일수록 성장률이 높았고, 외국인·명품 소비 노출도가 낮은 점포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것이다.

    2025년말 기준으로 신세계 강남점은 매출이 10.4% 증가했고, 롯데 잠실점은 8%, 더현대 서울은 7.3% 성장했다. 연매출 1조원 미만 서울 점포 13곳 가운데 성장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백화점 산업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전국 점포 기반 내수 소비 회복이 업황을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외국인·명품·럭셔리 소비 익스포저가 높은 핵심 점포만 성장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 역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신세계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이후 장중 50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고,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66만원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롯데쇼핑 역시 실적 발표 이후 52주 신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등 백화점 관련 종목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소비 회복 기대, 자산시장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까지 겹치며 "백화점 업종이 새로운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백화점 호황이 구조적 성장인지, 환율·관광 특수에 기반한 일시적 사이클인지는 여전히 판단이 엇갈린다는 분위기다. 백화점 업계가 하반기까지 외국인 소비 증가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중국 경기와 환율, 항공 비용, 지정학 변수 등이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업황은 내국인 소비 회복보다는 외국인 관광 소비 확대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중국·동남아 관광객 증가 흐름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핵심 점포 중심 호황이 유지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인바운드 흐름이 꺾일 경우 실적 변동성 역시 과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사 유통부문 연구원은 "예전에는 백화점이 전국 소비를 반영하는 내수 업종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관광·명품 소비 익스포저가 높은 점포가 산업 전체를 끌고 가는 구조"라며 "명동이나 잠실, 강남 같은 핵심 점포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