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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가 이번 유상증자에서 당초 계획보다 1600억원 많은 1조1671억원을 조달한다. 증자 발표 이후 유리기판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급등한 덕이다. 다만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사업이 아직 본격 상용화 전 단계인 만큼, 확보한 자금이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스캠(사기)라는 평가를 받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증자에 성공하게 된 만큼, 앞으로 보여줄 숫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SKC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이 9만9500원으로 확정됐다고 12일 밝혔다. 당초 예정 발행가액은 8만5300원이었지만, 증자 발표 이후 한 달 새 주가가 60%가량 오르면서 최종 발행가액이 크게 올랐다. 이에 약 1조원이었던 예상 조달 금액이 1조1671억원까지 늘었다.
SKC 주가는 13일 오전 11시 기준 약 14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최종 발행가액(9만9500원)과 차액이 주당 4~5만원에 달해 사실상 실권주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신주인수권증서인 SKC 10R도 내재가치에 근접한 수준인 5만3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청약 수요 역시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SKC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5896억원을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자회사인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5775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유리기판에 5900억원, 채무상환에 41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조달 금액 증가분만큼 차입금을 상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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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가 반등의 배경에는 유리기판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유리기판 기술 표준화의 선두주자로 부각되면서 관련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SKC뿐 아니라 삼성전기 등 국내 유리기판 관련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유리기판은 AI 반도체 패키지 대형화에 대응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기존 유기 기판은 패키지가 커질수록 휨(Warpage) 현상이 발생하고, 열팽창이나 전력효율 저하, 신호 왜곡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유리는 소재 특성상 평탄도와 치수 안정성이 우수해 이 같은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론상 유리기판은 유기기판보다 데이터 처리량은 8배 많고, 전력 소비는 절반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술적 가능성과 양산 사이의 간극이다. 유리기판은 연구개발이나 파일럿 단계에서는 구현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지만, 이를 대면적 제품으로 키워 자동화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유리층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TGV(유리관통전극) 공정에서의 크랙(균열) 제어와 수율 확보가 최대 난제로 꼽힌다. 기존 유기 기판 위주의 검사 장비 생태계와의 호환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앱솔릭스도 현재 양산 체계 구축을 위한 검증을 다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 출신 공정 전문가가 앱솔릭스 대표로 합류했고, SK하이닉스 인력도 일부 지원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앱솔릭스가 연구개발 인력 중심으로 운영돼 온 만큼 대량 양산 경험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앱솔릭스가 올해 말 유리기판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양산 시점이 2029년 초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삼성전기보다 양산 안정화 속도가 늦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기는 기존 MLCC 공정에서의 유리 취급 노하우와 패키지기판 양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수율 관리와 고객 대응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리기판 시장이 열릴 경우 앱솔릭스는 SKC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상용화에 실패한다면 막대한 비용 청구서가 날아올 우려 또한 크다. SKC가 차세대 패키징 생태계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으나, 반대로 고객 인증과 양산 수율 확보가 지연될 경우 앱솔릭스는 당분간 비용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유리기판의 기술적 필요성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SKC 주가는 유리기판 시장 개화 기대를 선반영한 측면이 크다. 유상증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앱솔릭스 투자가 실적 기여로 이어지려면 고객 인증과 양산 수율, 반복 주문 확인이라는 검증 구간을 통과해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