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치는 대한항공, 기내식 통합·조종사 노조·LCC 합병가 등 과제 '산적'
입력 2026.05.14 13:38

합병 계약 체결…12월 '통합 대한항공' 출범 예정
조종사 시니어리티 갈등 격화…파업 가능성 거론
아시아나 GGK 기내식 2048년 계약도 통합 걸림돌
통합 LCC 밸류·에어부산 지역 반발 등 변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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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계약 체결을 공식화하며 5년 6개월에 걸친 국내 최대 항공업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가 캐리어 탄생과 중복 노선 효율화, 환승 수요 확대 등 시너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 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실제 통합 항공사(PMI) 출범 과정에서는 조종사 연공서열(시니어리티) 갈등과 기내식 공급 계약,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비율 문제 등 복합적인 난제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어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지난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계약 체결 안건을 승인했다. 양사는 14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각각 1대 0.2736432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통합 이후 국제선 네트워크 재편과 환승 수요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주·유럽 노선 중심의 장거리 수요와 항공화물 경쟁력 측면에서 글로벌 항공사와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압도적인 1·2위 사업자 간 합병인 만큼 시너지가 없다고 보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며 "대한항공은 내수 시장의 과도한 공급 경쟁보다 중국·중동 항공사들이 가져가던 환승 수요를 흡수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실제 통합 작업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히는 건 조종사 노조 갈등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통합 이후 시니어리티 체계를 두고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시니어리티는 단순한 연공 개념이 아니다. 기장 승격 순서와 국제선 배정, 급여 체계, 기종 전환 등이 모두 여기에 연동된다. 사실상 조종사 커리어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다.

    문제는 양사의 채용 및 인력 운용 체계 자체가 달랐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민간 출신 부기장 채용 시 1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요구해온 반면, 아시아나는 300시간 수준으로 기준이 낮았다. 군 경력 인정 방식도 다르다.

    이에 양측 감정 대립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APU)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APU)가 명예훼손 대응 방침까지 밝히면서 갈등은 공개 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고,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정부 개입으로 실제 전면 파업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항공업계에서는 통합 이후에도 상당 기간 노사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 통합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조종사 노조"라며 "결국 누군가는 서열상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기내식 공급망 통합 문제도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부터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C&D) 지분 80%를 약 7500억원에 다시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시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했던 기내식·기내면세 사업을 다시 내부로 들여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내식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기내식 사업은 항공업 내 대표적인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이 스위스 게이트그룹 계열 GGK(게이트고메코리아)와 맺은 장기 독점 계약이 통합 장애물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는 지난 2018년부터 2048년까지 GGK로부터 기내식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 자금 조달 과정에서 체결된 이른바 '패키지 딜' 구조다. 당시 게이트그룹 측은 금호 계열사에 약 16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고, 대신 장기 기내식 사업권을 확보했다.

    계약은 이후 배임 논란과 국제중재 분쟁 등으로 이어졌지만 효력 자체는 유지됐다. 최근 ICC(국제상업회의소) 중재에서도 GGK 측이 사실상 승기를 잡으면서 대한항공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해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결국 대한항공이 GGK와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위약금이나 물량 조정 비용 등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계약을 자동 승계하는 구조라 결국 GGK와 협의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장기 계약인데다 사모펀드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통합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CC 통합 작업 역시 변수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단일 LCC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 가치 평가와 상장사 에어부산 합병 비율 산정 등을 둘러싼 논란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부산 기반 기업인 우양산업개발이 에어부산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양산업 측은 장기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통합 LCC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 대한 감시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지역사회 반발 역시 여전하다. 에어부산은 지역 상공계와 부산시 주도로 성장해온 항공사인 만큼, 통합 이후 사실상 대한항공 계열로 완전히 편입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이러한 이슈들이 대한항공의 통합 작업 속도를 늦추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다. 이미 주요 경쟁당국 승인과 기업결합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데다, 노선 재배치와 운항체계 통합, 자회사 재편 등 후속 작업도 상당 부분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나 역시 최근 신규 채용 절차를 종료하고 사실상 통합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

    통합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과 함께 고환율·고유가 부담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전년 말 대비 5% 이상 상승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확대됐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도 돌입한 상황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유가 부담과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결국 대한항공이 상당 기간 '통합 시너지 기대'와 'PMI 비용 부담'이 공존하는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단순 조직 통합을 넘어 운항·정비·노무 체계까지 함께 재편해야 하는 만큼, 실제 시너지 가시화까지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