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에 물류센터까지…쿠팡에 던질 정부의 '청구서'는 얼마?
입력 2026.05.15 07:00

총리실 산하 개보위, 정보유출 조사 결과 사전통지
이르면 6월 결론, 최대 1.5조 과징금도 가능
쿠팡 물류센터 메자닌층 전수조사 나선 국토부
시정조치 내려지면 대규모 자금소요 불가피
성장세 꺾이고 적자전환 상태에 현금유출은 '부담'

  •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쿠팡에 대한 정부의 제재 수위가 곧 결정된다.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 내려질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추후 막대한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평가다.

    쿠팡은 최근 상장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 단위 과징금 부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초 실시한 국토교통부의 물류센터 전수조사는 그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사업적·재무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단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송경희 위원장은 개인정보위원회 지난 12일 정책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무리했다"며 "조사 결과에 대한 사전 통지를 보냈고 사업자 의견 제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소명서를 마련하고 있는 상태인데 개보위는 이르면 내달 중 전체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시 기업에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 약 49조원으로, 해당 규정을 단순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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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 측은 개보위의 결론을 기다리면서도 추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개보위는 지난해 SK텔레콤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1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였으나, 현재로선 SK텔레콤에 부과된 과징금보다 쿠팡의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회사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쿠팡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법원으로부터 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 받거나 과징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약 6조91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과징금에 대응할 여력은 갖추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단 점이 변수다. 

    미국 본사(Coupang Inc.)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난해까지 분기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수익성 역시 악화하며 분기 영업손실 약 3545억원(2억4200만달러)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적자규모는 지난해 영업이익(6790억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과징금은 분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조단위 유출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세 둔화와 함께 영업이익까지 적자로 전환한 상황에서, 매년 수천억원씩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단 점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쿠팡의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2021년 상장 당시 주당 5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15달러선까지 떨어지며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 조(兆) 단위 과징금 예고 외에도 쿠팡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물류센터에 대한 제재이다. 

    국토교통부 지난 1월부터 3개월가량 전국 각지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아직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는 상태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과 물류센터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의 전수조사는 법적인 근거가 완비되지 않아 과거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일었던 적층식랙(Multi-tier rack), 일명 '메자닌층'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다.

    기업들은 물류센터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메자닌층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임시구조물로 봐야할지, 인원이 상주하는 구조물의 일환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은 적층식랙 자체는 허용하되 건축법상 용적률 허용치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 등 인증기관을 통한 인증서를 구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주요 국가들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명문화한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보니 개별 지자체에선 메자닌층을 '위법 건축물'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혼선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지자체(부천시 오정구)는 쿠팡에 물류센터의 메자닌층과 관련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곧바로 보류하고 행정제재 재검토에 돌입했다.

    최근엔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다수의 화재 사건과 노동자의 온열질환 등으로 인해 건축법과 소방법이 점차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개별 지자체에서도 국토부의 결론을 기다리는 중이다.

    쿠팡 물류센터가 위치한 지차체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전수조사 여부는 확인했지만, 아직 명확한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국토부의 조치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도 해당 물류센터 적층식랙과 관련한 합당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전수조사 결과 대응하기 위해 쿠팡 측은 상당히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류센터에 대한 국토부 제재가 현실화하면 사업적, 재무적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단 판단에서다. 자칫 원상복구 명령 등 고강도 제재가 내려지면 입고 물량을 대체해 보관할 수 있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신규 건립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신규 물류센터 건립엔 상당한 자금소요가 발생하고, 신규 계약 역시 지출을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에 쿠팡 입장에선 최소한의 조치가 내려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현재 인증기관으로부터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지 않은 일부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인증서 발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사후 조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토부가 어떤 해석을 내릴진 미지수다.

    국내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이제까지 인증서(시험성적서)가 미비된 상태에서 메자닌층을 운영해 왔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증서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선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제재 결론을 내린다면 쿠팡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 지차체의 시정명령 당시에도 가처분과 행정심판, 본안소송까지도 고려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개연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부의 조치에 대해 수시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쿠팡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으로 김범석 의장을 변경해 지정하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개보위의 과징금, 국토부의 전수조사 결과에 반발해 소송을 진행한다면, 자칫 현 정부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결정 또는 제재에 대해) 회사가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공정위·개보위 등 각 부처들의 처분에 사사건건 법적으로 대응하는건 상당히 우려스러운 모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