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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 여의도(YBD) 소재 LG트윈타워를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LG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국내외 부동산 운용사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잠재 메가딜로 거론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금융중심지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징성 높은 대기업 본사 자산까지 언젠가는 유동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 퍼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 운용업계에서는 "LG가 트윈타워 유동화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아직 매각 자문사 선정이나 구조 검토 등 본격적인 거래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이미 잠재 거래를 전제로 시장 분위기를 탐색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여의도에 그만한 물건이 거의 없다 보니 시장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만약 시장에 나온다면 파크원 오피스 타워급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 자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 역시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파크원 2개 타워 정도 규모로 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조 단위 거래로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LG그룹은 관련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LG 측은 "주요 수익원이 임대료와 배당, 브랜드 사용료인데 트윈타워 같은 핵심 자산을 유동화할 이유가 크지 않다"며 "투자 재원도 충분한 편이라 유동화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LG트윈타워는 단순 사옥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자산이다.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LG의 상징 자산이자,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입주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LG가 당장 본사를 매각하거나 철거 후 재건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대감이 쉽게 꺼지지 않는 배경에는 최근 여의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적률과 고도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 오래된 오피스 빌딩들이 단순 임대 자산이 아니라 '개발형 자산'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KB국민은행 본관, 키움파이낸스스퀘어, 옛 미래에셋증권 빌딩, 메리츠화재 사옥 등 주요 금융사 건물들의 재건축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는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내 용적률을 최대 1000~1200% 수준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여의도 최고층인 파크원(333m)을 뛰어넘는 초고층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용적률 자체가 핵심 투자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매각 절차에 돌입한 여의도 하나증권빌딩 역시 현재 용적률 약 580% 수준에서 향후 최대 1200%까지 개발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원매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LG트윈타워 역시 비슷한 시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1987년 준공된 오래된 자산인 만큼, 현재 여의도 개발 기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밀 개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연면적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오피스뿐 아니라 리테일·호텔 등을 결합한 복합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이 파크원이다. 파크원은 오피스 2개 동과 호텔, 대형 리테일 시설을 결합한 초대형 복합 프로젝트로 PF 규모만 2조1000억원에 달했던 상징적인 개발 사례다. 업계에서는 최근 여의도 시장이 단순 임대수익형 오피스보다 개발 잠재력을 가진 랜드마크 자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관심이 커지는 더 본질적인 배경은 LG그룹의 최근 재무 흐름이다. 배터리·전장·AI·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 사업 투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까지 겹치며 그룹 전반적으로 현금흐름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그룹의 EBIT 마진은 2021년 8.0%에서 2025년 3.1%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그룹 자유현금흐름(FCF)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순차입금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LG그룹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2018~2024년 그룹 순차입금은 연평균 약 20% 증가했다. 최근 들어 투자속도 조절과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 부담 증가세를 늦추고 있지만, 당분간 이익창출력 대비 높은 수준의 채무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시장 관심을 키우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블록딜을 검토하기 위해 외국계 IB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향후 5년간 LG엔솔 지분율을 약 7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추가적인 지분 유동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근 현금흐름 방어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협력사 대금 결제 과정에서 어음 비중을 늘리는 등 운전자본 관리 강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연간 6조~7조원 규모 CAPEX와 1조원 안팎 이자 부담, GM 생산 조정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현금 유출 최소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LG그룹은 최근 자산 유동화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매각, LG전자 인도법인 지분 활용, LG화학 비핵심 자산 정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LG그룹이 주력사업 부진 지속 속 투자속도 조절과 자산 매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LG는 부동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보유 중이던 LG트윈타워 일부 지분을 ㈜LG에 매각하며 "자산운용 효율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내 부동산 계열사 D&O를 중심으로 리츠 AMC를 설립하면서 그룹 차원의 부동산 자산 관리 전략 변화 가능성이 주목받기도 했다.
당장 LG그룹이 트윈타워를 유동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트윈타워 재건축이나 대규모 개발에 나설 경우 수천 명 규모의 본사 인력을 장기간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의도 내에서 이를 대체할 대규모 업무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완전 매각보다는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형태를 상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자산을 유동화하되 LG는 장기 임차 형태로 계속 사용하는 구조다. 일부에서는 우선매수권을 결합한 구조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제 거래 가능성과 별개로, 시장에서는 "LG가 시장을 두드려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위기로 해석하는 시각이 감지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제 거래 여부와 별개로 시장은 이미 'LG도 언젠가는 유동화 카드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제로 접근하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지금 여의도 시장에서는 상징성과 개발 잠재력을 동시에 가진 자산 자체가 워낙 희소하다 보니 운용사들이 먼저 이름을 올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