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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시대가 이어지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의 '역방향 베팅'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수 급등장에 뒤늦게 올라타기보다, 단기 과열을 전제로 하락 상품을 사들이는 수요가 이어지는 셈이다.
조만간 개별기업 레버리지ㆍ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앞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베팅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파생형 ETF의 특성인 '음의 복리효과'를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15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최근 1주일간 3442억원이 유입되며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자금유입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16.28%였다. 단순 인버스 상품인 'KODEX 인버스'에도 2013억원이 들어와 11위에 올랐다. 해당 상품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7.96%였다.
손실이 커지는 구간에서도 자금은 오히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증시 랠리 국면에서 인버스 ETF 두 종목이 자금유입 10위권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국내 증시 추가 상승보다 단기 조정에 베팅하는 개인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인버스 상품 매수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 개인투자자로 추정되는 계정이 토스증권을 통해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수십억원 규모로 매수한 캡처가 확산됐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30억원 곱버스 매수' 사례로 공유돼 큰 화제를 모았다. 곱버스는 '곱하기'와 '인버스'의 합성어로, 지수 하락폭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뜻한다.
자금 유입과 달리 수익률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곱버스 ETF 가격은 이미 동전주 수준까지 내려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1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6%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처음 7000선을 넘었을 때는 하루에만 15%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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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른 곱버스 상품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날 기준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112원,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105원, 'PLUS 200선물인버스2X'는 217원에 그쳤다. 단순 인버스 상품인 'KODEX 인버스'도 지난달 초 1600원 후반대에서 현재 1060원대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소규모 곱버스 ETF는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을 밑돌며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거래소 규정상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난 뒤 자본금·순자산총액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고, 이후에도 해당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현재 'RISE 200선물인버스2X', 'KIWOOM 200선물인버스2X', 'PLUS 200선물인버스2X' 등 일부 상품이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 가까워진 상태로 파악된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는 유사한 흐름이 이미 현실화했다. 지난달 말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발행한 코스피200 선물 인버스 2X ETN 4종이 상장폐지됐다. ETN은 지표가치가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조기청산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급을 두고 상승장에 대한 불신과 단기 조정 기대가 겹친 결과로 본다.
코스피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인식,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가능성, 외국인 수급 반전 우려 등이 개인투자자의 역방향 베팅을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4일 장중에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나며 지수 조정 기대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일견 주시하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지수 기반 ETF보다 훨씬 변동성이 큰 개별종목 레버리지ㆍ인버스 ETF가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내부적으로 '음의 복리효과'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단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곱버스 등 파생형 ETF 상품은 단기 방향성에 맞춰 설계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장기 보유 리스크가 크다. 기초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해도 일간 수익률을 복리로 추종하는 구조상 손실(음의 복리효과)이 누적될 수 있다. 지수가 급등하는 구간에서는 손실 속도도 2배로 커진다. 최근처럼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높이는 장세에서는 손실 회복에 필요한 지수 하락폭 역시 빠르게 커진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인버스나 곱버스는 기본적으로 금융위기나 이란 전쟁처럼 시장이 예측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때 쓰는 상품에 가깝다"며 "지금은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지수 모멘텀이 형성된 국면인데, 단순히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인버스에 들어가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운 접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