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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치권이 상반기 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방향의 공시제도 개편에 나선다. 기업이 경영권 인수 제안을 받을 경우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일반 주주들에게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저평가 기업에 대한 공개 인수 압박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M&A 공시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올해 6월 내 입법 추진을 목표로 세부 제도 설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민주당 소속 오기형·김남근·이강일 의원 등은 금융투자협회 측과 만나 시장 반응과 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영향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과 일본 사례를 참고한 공개 인수 제안(Bear Hug) 방식의 공시제도 도입 가능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사가 경영권 매각 또는 인수 제안을 받더라도 "확정된 바 없다"는 수준의 조회공시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일반 주주들은 가격이나 인수 조건, 자금조달 구조 등을 알기 어려운 구조다.
새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업이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있는 인수 제안을 받을 때 이사회 보고와 함께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향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인수 제안을 숨기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저PBR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PBR 0.3~0.4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기업에 대해 외부 투자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공개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할 경우, 기존처럼 이사회 차원에서 비공개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강화 논의가 이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사회가 일반 주주 이익보다 기존 경영진 방어를 우선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일본의 '성실 검토(sincere consideration) 모델'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은 지난 2023년 경제산업성(METI)의 기업 인수 지침을 통해 상장사 이사회가 공개 인수 제안을 원칙적으로 성실하게 검토하도록 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에 나선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관련 입법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국회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과 저PBR 기업 공시 강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재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대적 M&A 활성화만 추진될 경우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된 기업일수록 공개 인수 제안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기업들의 밸류업 전략과 자사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