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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컬리가 기업공개(IPO)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1분기 실적 개선으로 상장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3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공모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장외시장에서는 컬리의 시가총액이 1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전략적 투자자인 네이버가 인정한 2조8000억원의 기업가치와의 괴리가 큰 상황이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IPO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 CFO는 "차별화된 기술 플랫폼 기업이 갖춰야 할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시현한 만큼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올해 1분기 매출 7457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77%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0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주관사단과 상장 재추진 논의에 착수했다. 컬리의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이다. 주관사단 내 실무는 JP모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앞서 컬리는 2022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적자 지속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2022년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상장 기한을 한 달가량 앞두고 결국 IPO를 연기했다.
당시 상장 철회의 배경으로는 수익성 우려와 기업가치 하락이 꼽혔다. 컬리는 2021년 말 프리IPO를 통해 재무적투자자(FI)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4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장 준비가 본격화된 이후 증시 환경이 악화되고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서 컬리의 몸값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졌다.
이번 IPO 재추진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은 기업가치다. 컬리는 최근 네이버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조8000억원 수준의 밸류를 인정받았다. 네이버는 이달 6일 컬리가 진행한 33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49만8882주를 주당 6만6148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발행가액을 기존 발행주식 수에 적용하면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으로 산출된다.
장외시장 가격은 이보다 크게 낮다. 15일 기준 컬리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2만8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약 1조1850억원이다. 네이버 대상 제3자배정 발행가와 장외 거래가 사이에 두 배 넘는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장외 주가가 2만원대로 올라선 것도 네이버의 유상증자 참여가 알려진 이후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컬리가 3조원 밸류를 방어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컬리 지분을 확대하며 쿠팡 중심의 이커머스 시장 구도에 대응하고 있다. 컬리 입장에서도 네이버와의 협업은 단순 재무적 투자 유치를 넘어 거래액 확대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네이버 대상 발행가가 공모시장 투자자들의 가격 눈높이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네이버의 투자는 전략적 제휴 성격이 강한 소수 지분 투자다. 반면 IPO는 대규모 공모 물량을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게 소화해야 하는 절차다.
결국 컬리가 1분기 실적 개선세를 연간 실적으로 이어가며 3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분기 흑자 전환과 매출 성장률 반등이 일회성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이익 체력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테고리 확장성도 검증 대상이다. 컬리는 뷰티컬리 등을 통해 식품 중심의 성장 한계를 보완하고 있지만, 뷰티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지배력이 견고하다. 뷰티컬리 거래액은 1분기 20% 증가했지만, 이를 컬리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독자 성장축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프라인 등 신규 투자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최근 개선된 수익성이 다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참여하는 딜은 장래 실적 추정치를 공격적으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예상 실적과 실제 실적 사이의 괴리가 클 경우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실적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1분기 실적만으로는 상장 밸류를 설득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개선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추가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