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증가시 韓 신용등급 부담…AI 투자, 실제 수익 뒤따라야"
입력 2026.05.15 14:26

15일 피치 미디어 브리핑
견조한 대외건전성, 한국 신용도 강점
AI 수요 확대…한국 경제 성장 상방 요인
반도체 산업 시클리컬 특성 여전히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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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피치)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세에 대해 잠재성장률 개선 없는 재정 확대는 국가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중심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돼야 현재의 투자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가리카 찬드라(Sagarika Chandra) 피치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현재는 AA 등급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재정 투자를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 없이 국가채무가 증가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찬드라 이사는 "견조한 대외건전성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가 한국 신용도의 강점"이라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충격에 대응할 충분한 대외 및 재정 완충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AI 수요 확대가 한국 경제 성장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는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강한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핵심 수출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주요 변수다. 한국이 중동산 원유와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입 비용과 물가 상승,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치는 현재 기준금리를 2026~2027년 2.5%로 동결 전망하고 있지만,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경우 내년 후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기업 부문에서는 AI 중심 투자 사이클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셸리 장(Shelley Jang) 피치 아태지역 기업 신용 담당 이사는 "현재 AI 중심 반도체 사이클은 기존 경기순환 위에 형성된 구조적 성장 추세"라며 "기업용 AI와 임베디드 AI 확대가 향후 AI 서비스 매출 기대를 키우며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핵심 수혜 분야로 꼽았다. 장 디렉터는 "AI 인프라는 GPU와 메모리뿐 아니라 네트워킹, 전력, 냉각 설비까지 포함하는 훨씬 더 자본집약적인 생태계"라며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BB+로 상향 조정했다. AI 메모리 시장 내 높은 경쟁력과 현금창출력 개선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피치는 현재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 이사는 "AI가 강한 구조적 수요를 제공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시클리컬(경기순환) 특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자본집약도가 높고 투자 리드타임이 길어 업황 후반에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 지정학적 요인이 현재 투자 사이클을 연장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적 수익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핵심은 AI 투자가 계속되느냐보다 현재 투자 규모를 정당화할 만큼 실제 매출과 수익이 뒤따르느냐"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서는 이란 위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얀 프리드리히(Jan Friederich) 피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국가신용등급 총괄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기 금리와 장기금리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각국 재정 부담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