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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한다. 회수에 애를 먹은 재무적투자자(FI)들이 해외에서 답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FI의 기대 몸값은 10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미국 시장이 이를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 변수다. 앞서 진행 중인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미국 ADR 상장을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모건스탠리, UBS 등 투자은행(IB)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미국 현지 시장에 맞는 재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감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2대 주주인 TPG가 제반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ADR은 미국 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래할 수 있도록 원본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교환권이다. 구주 상장이나 신주 발행, 혹은 구주와 신주를 섞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FI의 투자 회수 목적의 거래기 때문에 구주 중심의 구조가 짜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의 스마트모빌리티 사업이 분할돼 설립됐다. TPG는 회사 설립 청사진 구상부터 성장 자금 지원까지 힘을 보탰다. 회사는 칼라일그룹, 구글 등의 투자도 받았고 이후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8년 536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7391억원으로 늘었다.
TPG는 2021년부터 카카오모빌리티 회수에 나섰다. 국내외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IPO)을 추진했다.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플랫폼 투자 가치가 높았던 터라 몸값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 계열사 임원들의 도덕적해이 논란이 이어지며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2022년엔 MBK파트너스가 FI와 카카오 측으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 50%+1주를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기존의 논란은 계속됐고, 노조도 매각에 반대하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작년엔 VIG파트너스가 지분 40% 인수를 추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추후 경영권 인수도 염두에 둔 거래였는데 카카오는 지분 추가 매각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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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G에 있어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 내 핵심 거래다. 투자가 장기화하면서 본사 차원의 회수 압박이 커졌다. 회수를 위해선 최대주주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카카오는 총수 사법리스크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M&A와 같은 중요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TPG는 투자회수가 지연될 경우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다양한 경영 관련 위원회를 소집할 권한을 더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IPO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다. TPG가 카카오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인데 '중복상장' 규제 때문에 국내 증시 입성은 어려웠다.
국내 M&A와 IPO가 무산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 미국 ADR 상장 카드를 꺼냈다. TPG는 몇 개월 전부터 ADR 상장을 비롯한 소수지분 매각 방안을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TPG의 구주를 상장하면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받아가는 식으로 회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FI의 눈높이를 맞춰줄지는 미지수다. 아직 거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기업가치는 10조원, ADR 상장 규모는 3조~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에 거론된 6조원 수준 몸값보다는 높다. 미국이 플랫폼에 대해 한국보다 얼마나 높은 가치를 인정하느냐가 회수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ADR 규모와 시기를 조절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지분을 올려 회수하고 이후 상황을 봐서 추가로 ADR 상장에 나서는 것이다. 나스닥의 경우 '전부 상장' 원칙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씩 회수가 가능하다. 게임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에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여러 차례 ADR을 발행해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ADR 물량이 얼마나 소화될지는 진행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한 번에 진행하기 어렵다면 일부 지분만 올리고 추이를 살펴 추가로 상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앞서 ADR 상장에 나선 SK하이닉스의 행보도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중 대규모 ADR 상장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정부 당국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 한국 내 주가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회사가 상장사라 중복상장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상장사로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유치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복상장 사례보다는 당국이 관대하게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국내 상장 상태인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무난하게 진행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쪽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 추진에 대해 당국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무난히 진행되면 카카오모빌리티 쪽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 추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최대주주긴 하지만 주주간약정에 따라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주도권은 TPG에 넘어간 상태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사 교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시세조종 관련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목을 끌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 또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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