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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을 위해 두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반도체 호조로 SK그룹에 여유가 생긴 반면, SK실트론 해외 사업 부실 문제는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과거 총수의 사익편취 논란이 있었던 만큼 해당 지분 매각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이 아니라도 차후 최 회장이 지분을 팔 때 매각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조건을 설정하는 데 신중했다. 양 측의 의견이 좁혀지면 이달 중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M&A 업계에 따르면 SK그룹과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지분 매매계약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계약서 준비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몇 가지 세부조항 조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 측은 태평양, 매수자는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두산그룹은 작년 12월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선정 다음 주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기반으로 하는 9477억원 규모 주가수익스왑(PRS) 진행 소식을 밝혔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주선으로 최대 1조원 규모 인수금융 조달 채비도 마치는 등 인수 속도를 냈다.
연초에 조달 계획이 거의 마무리된 터라 지난 1~2월 중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시간이 끌리고 있다. 이번달 SK㈜ 정기 이사회에도 매각 안건은 올라가지 않았다.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라 이르면 이달 말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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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실트론 매각이 지연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SK그룹은 최근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와 SK스퀘어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도 SK하이닉스 낙수효과를 보는 분위기다. 과거 SK스페셜티를 비롯한 반도체 밸류체인 상의 자산들을 팔았지만 이제는 관련 자산을 계속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전보다 그룹 재무 상황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산을 급히 매각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SK그룹과 두산그룹 모두 거래 성사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였지만, 시간이 장기화할수록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양쪽 모두 거래하겠다는 의지가 있긴 하지만 이미 뜻을 모은 협상이 늦어질수록 거래를 완결하려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의 일부 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미국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C Wafer) 사업을 4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차량용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기차 캐즘과 경쟁 심화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각 초기부터 이 사업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
SK실트론은 작년 SiC Wafer 사업부와 관련한 영업권(3469억원) 거의 전부에 대해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NICE신용평가는 "잔존 영업권은 없지만 유무형자산은 잔존하고 있어 사업 부진이 계속될 경우 추가 손상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수자 입장에선 이 위험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 청산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주주인 점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현재 협상은 주로 SK㈜가 보유한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는 데 집중돼 있다. 그러나 한 기업에 두 그룹이 존재하기 어려운 만큼 최태원 회장 보유지분도 잠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SK그룹은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했다. SK㈜는 지분 51%(주당 1만8139원)에 인수했고, 몇 달 후 SK㈜와 최태원 회장이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각각 19.6%, 29.4%(주당 1만2871원)를 샀다. 당시 최 회장이 회사의 기회를 유용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끝에 최 회장과 SK㈜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최태원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취소소송을 냈고, 작년 대법원에서 최종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적 당위성은 인정받았지만 과거 잡음이 일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 때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기업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SK그룹과 두산그룹은 SK실트론 기업가치(EV)를 5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을 빼면 주식 100% 거래 가치는 2조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SK㈜는 경영권 지분이지만 최태원 회장 측은 소수지분이다. 최 회장 쪽에 SK㈜ 만큼의 프리미엄을 얹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SK㈜와 최태원 회장, 두산그룹 3자가 모여 협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 어떤 가치로 거래할지는 미지수"라며 "같이 팔더라도 SK㈜와 최태원 회장의 단가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별도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이번 거래가 최 회장 지분 매각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SK㈜의 매각 단가보다 더 높게 팔 경우 SK㈜의 판단이 잘못됐다거나, 총수만 이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최태원 회장과 두산 측의 논의는 SK㈜와 별개로 이뤄지고 있는데, 매각가를 두고 절묘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최태원 회장 측 지분 인수 여부나 시점에 따라 전체 조달 부담이 달라진다. 두산 측 인수 자금을 댈 금융사들도 양측 매각 계약이 어떻게 맺어질 것인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SK그룹 측은 현재 SK㈜ 측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며 최태원 회장 지분 매각 상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역시 SK그룹과 협의 중이며 최 회장 지분 인수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