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2조원 물린 KDB생명, 추가 증자해주면 팔릴까
입력 2026.05.18 07:00

매각 7수 돌입한 산업은행…사전 자본확충 카드까지 검토
누적 투입액 2조원 육박, IFRS17 이후 증자 부담 더 커져
매년 기업가치 하락…돈 더 넣어서라도 절연한다 승부수
추가 증자 규모 및 원매자와 분담 방식이 변수될 듯

  • 산업은행이 일곱 번째 KDB생명보험 매각에 나섰다. 매각 실패가 이어지는 사이 산업은행의 누적 투입액은 2조원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증자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을 위해 사전 자본확충 카드까지 꺼내들었는데 효과를 점치긴 이르다. 산업은행이 '자금 회수'보다 '정리' 자체에 무게를 두고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매각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년 째 산업은행 관리 중…6차례 매각 시도 모두 무산

    산업은행과 KDB생명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후 유동성 위기를 겪자 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꾸려 금호생명 구주와 신주를 인수했고 이듬해 경영권 인수를 마쳤다.

    산업은행은 2014년 KDB생명 매각에 나섰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을 고용하며 의지를 보였는데, 그 해 두 차례 치러진 매각 절차는 유효경쟁 성립에 실패했다. PEF 만기(2015년 2월)를 2년 뒤로 연장했다. 2016년 IB와 산업은행 M&A실 주도로 추진한 3차 매각 때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PEF 만기는 또 2년 뒤로 미뤄졌다.

    매각 성공에 가장 가까웠던 것은 4차 시도다. 2020년 말 JC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구주 2000억원, 신주 1500억원)을 체결했다. 2021년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이듬해 거래가 무산됐다. 당시 JC파트너스가 투자한 MG손해보험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영향이 컸다.

    5차 매각부터는 삼일회계법인이 매각의 키를 쥐었다. 5차 시도에선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마쳤으나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매도자는 물밑에서 PEF를 중심으로 인수 의향을 타진했는데 역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산업은행 누적 투자금 2조…매각마다 원금회수 부담

    매각이 계속 무산되는 사이 산업은행의 부담은 계속 커졌다. 산업은행은 처음 PEF 출자금 6500억원 중 2650억원을 부담했다. 1~2차 매각 실패 뒤엔 국민연금에서 빌린 KDB생명 인수 자금(약 3000억원)을 추가 출자해 갚아줬다.

    KDB생명은 2018년(3664억원), 2023년(1425억원), 2024년(3150억원), 2025년(5150억원)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거의 온전한 지배력을 가진 산업은행이 증자 대금도 대부분 부담했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의 KDB생명 투자금은 2조원에 육박한다. 산업은행 보증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까지 감안하면 실질 지원 규모는 더 커진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책은행 입장에선 구조조정에 들어간 자금 회수 압박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항상 매각의 초점은 구주 매각 규모에 맞춰졌다. 산업은행은 구주 매각 원칙을 내걸었다가 시장에서 관심이 시큰둥하면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잠재 원매자 입장에선 '산업은행 몫'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KDB생명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항상 매각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경영 개선에 공을 들이기 어려웠다. 보험업 전문가를 영입해도 역마진 중심 상품 구조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속 설계사가 이탈하고 신규 영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 KDB인베스트먼트 편입 논의에서도 제외됐다.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시행되면서 산업은행의 부담은 더 커졌다. 매년 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을 맞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작년에도 대규모 증자를 통해 K-ICS비율을 206%로 끌어올렸다. 경과조치 전 비율은 71%로 당국의 권고치를 밑돈다. 머지 않아 다시 증자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전 자본확충 걸고 7차 시도…증자 규모·분담 방식 주목

    산업은행은 지난달 7차 매각 시도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KDB생명 주식 99.75%다. 삼일회계법인이 이번에도 매각을 주관한다. 이르면 이달 중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산업은행의 추가 증자 가능성이 언급됐다. 산업은행에 의해 KDB생명에 대한 사전 자본확충이 이뤄질 경우, 그 신주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구주 매각이 최우선이고 상황에 따라 인수자에 증자를 허용했다면, 이번에는 산업은행이 먼저 증자해 인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돈을 더 넣어서라도 미래의 증자 부담과 절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매각의 난이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과거의 실패 사례나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를 감안하면 PEF는 후보군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 매도자 역시 한국투자금융지주나 태광그룹 등 금융 사업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거래 관계자는 "이번에는 산업은행이 자본확충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정말 다르다"며 "인수자가 산업은행의 증자를 원하면 해줄 것이고, 자신들이 직접 신주로 받고 싶다면 그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다시 몸값이 문제다. 이전 사례를 보면 구주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KDB생명은 2018년 대규모 증자를 했지만 4차 시도 때 구주 가치는 2000억원에 불과했다. 2023년 증자 후 매각 때도 비슷한 금액이 거론됐다. 작년말 증자 효과도 시간이 갈수록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매각가가 사실상 마이너스(-)에서 시작되는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사전 증자를 하더라도 이를 온전히 매각가에 반영하긴 어렵다. 산업은행 측 구주와 신주 가격을 최대한 낮춘 뒤, 인수자가 증자에 나서는 것이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일 방안일 수 있다. 이후 상품 구조를 바꾸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인수자 몫이다. 일부 인수 후보는 매각 전 대대적인 증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이 추가 증자를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지분까지 훨씬 낮은 값에 파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정 증자 규모를 산정하고 이를 산업은행과 인수자가 얼마나 적절히 나눠 부담하느냐가 매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거래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규모 증자 부담이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가격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하는데, 이번 매각 때는 그런 부분들을 열어두고 논의해보자는 생각"이라며 "KDB생명에 투입한 금액을 다 받기 어려울 텐데 산업은행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