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식음료(F&B) 프랜차이즈 투자 환경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수 소비 둔화와 외식업 경쟁 심화, 업계 포화에 따른 성장성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투자 부담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특히 원재료, 소스, 포장재, 물류 등 필수품목 공급마진이 본사 수익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브랜드일수록 실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다수의 F&B 프랜차이즈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매각 절차에 나섰던 노랑통닭은 필리핀 외식기업 졸리비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적절한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피자나라치킨공주 운영사 리치빔 역시 경영권 매각을 수년째 타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엘앤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가 각각 맘스터치, 본촌치킨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며, 버거킹 운영사 BKR과 디저트 프랜차이즈 요아정 등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다수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원매자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투자심리는 보수적인 분위기다. 외식업계가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내수 시장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규 출점을 통한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요 인수자였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심도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A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F&B 딜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점포당 수익성과 신규 출점 여력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성장성을 보수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F&B 브랜드는 한때 경기를 덜 타고 현금흐름도 안정적인 업종으로 평가받았지만, 요즘은 LP 등 투자자들도 F&B 딜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투자 환경을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개정안은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등록 단체에 대한 가맹본부의 협의의무 도입이 골자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거래조건 등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이에 응해야 하고, 불응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은 로열티뿐 아니라 식자재, 소스, 포장재, 물류 등 필수품목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2024년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여기에 점주단체 협의의무까지 더해지면서 원매자들은 본사가 기존처럼 가격을 인상하거나 공급마진을 유지할 수 있을지 따져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B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이번 개정안으로 가맹점주들이 조직화할 근거가 생긴 만큼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마진율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며 "필수품목 마진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 수익을 그대로 미래 이익으로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F&B 딜 실사 과정에서는 본사 마진을 과거처럼 안정적인 이익으로 볼 수 있을지 따져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C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개정안 자체가 딜을 무산시키는 변수로 보기는 어렵지만 프랜차이즈 업종 전반에 대한 리스크는 분명 생겼다"며 "업계 포화 등으로 내수에만 의존하는 F&B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줄어들었는데 가맹법 개정으로 투자 환경도 한층 까다로워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 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가맹점주들의 조직화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가맹점주 권익 보호를 위한 연합단체인 한국가맹점주협의회(KFOC)가 출범했다. 개정안 시행에 앞서 가맹점주들의 전문적인 대응 조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KFOC는 필수품목 부당 지정이나 일방적 가격 인상 등 가맹사업 관련 주요 이슈에서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예정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밸류에이션 조정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그간 브랜드 성장성과 실적 개선, 해외 진출 가능성을 앞세워 높은 멀티플을 요구해왔다면, 앞으로는 규제 변화에 따른 마진 훼손 가능성도 가격에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각 절차에 앞서 필수품목 가격 인상 이력,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 내역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D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예전에는 가맹점 수가 많으면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봤지만, 이제는 그만큼 점주단체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며 "브랜드가 좋더라도 본사와 점주 간 수익 배분 구조가 불안할 경우 인수자 측에서 가격을 깎아 보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엑시트를 염두에 둬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투자를 진행하기 더 까다로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