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서 소외된 보험사…퇴직연금 고군분투에도 '무기'가 없다
입력 2026.05.18 07:00

수익률 25% '깜짝 반등'에도…500조 시장서 겉도는 보험사
"보장 기능 잃었다"…규제 장벽에 보험사 상품 경쟁력 약화
은행·증권사 시장 장악 '압도적'…보험사, 영업력 한계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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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에서 대규모로 빠져나오는 '머니무브'가 한창인 가운데, 시장의 또 다른 메인 플레이어 중 하나인 보험사로의 유입은 미미한 실정이다. 머니무브의 수혜가 증권사로만 쏠리고 있는 것이다. 

    주요 대형 보험사들이 'DC(확정기여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을 증권사 상품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규제로 인해 퇴직연금 상품에 보장성 계약을 붙이는 것이 금지되며, 투자의 증권사ㆍ안정적인 은행과 비교해 보험사만의 '특색있는 무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보험업권의 총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6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증권업권의 적립금 규모는 34조원 폭증했다. 그 결과 전체 500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 중 보험업권 상품 규모는 여전히 10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 수요가 몰리는 DC·IRP 부문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 1분기 기준 DC·IRP 총 적립금 규모 중 보험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24조557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증권업권의 DC·IRP 적립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97조1575억원에 달했다. 이는 증권업권이 수익률 중심의 개인 투자 자산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수익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상위 15개 사업자 중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DC형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은 25%를 웃돌았다. 증권업권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해 초 한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불과 1년 새 수익률을 높게 끌어올린 모습이다.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수준을 노리는 안정 지향 자금은 거래의 편의성을 앞세워 은행이, 공격적 자산증식을 노리는 투자 지향 자금은 증권사가 흡수하는 가운데 보험사만의 특색있는 상품이 없다는 점이 '외면'의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은 고정된 고객 수요를, 증권사는 투자 플랫폼의 강점을 바탕으로 견고한 시장 인프라를 구축한 반면, 보험업계는 상품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보험사는 퇴직연금과 보험 본연의 보장 기능을 결합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2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 전에는 적립금 운용 방법으로 보장성보험 취급이 가능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개인퇴직계좌(IRA)에 상해 사망 시 적립금의 10%를 위로금으로 추가 지급하는 특약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퇴직연금의 목적을 단순한 '소득 보장'을 넘어 '생활 보장까지 확대한 보험사만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도는 타 업권의 반발로 중단됐다. 은행과 증권업계의 반발 이후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퇴직연금 보험 계약에는 '저축성 보험'만 포함되도록 제한됐다. 결국 보험사는 고유의 강점을 퇴직연금 상품에 녹여내지 못하면서, 현재는 증권사와 동일 선상에서 '수익률 경쟁'만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영업 구조 측면의 한계도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내 퇴직연금 담당자에게 부여되는 적은 수수료 체계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대하기 어렵고, 영업 현장의 퇴직연금 상품 이해도도 낮아 고객 유인 전략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면 은행은 급여 계좌와 연계된 탄탄한 법인·개인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판매를 직원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하는 영업 문화가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이끌어낸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배당형(원리금 비보장)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5년 넘게 이어진 만큼, 이제 모든 채널의 투자 시스템은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운용 역량이나 안정성 외에 차별화된 강점을 찾아 마케팅을 해야되는 상황이지만, 제도나 업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은 DC·IRP 전담 조직 신설,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기반 운용 체계 도입 등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투자 시스템 개선 수준의 기술적 보완으로는 은행과 증권이 선점한 거대한 플랫폼과 영업망의 벽을 넘어서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 차원에서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리스크 보장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퇴직연금 가입 및 운용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지원을 하는 형태가 전부"라며 "추가적인 제도적 변화가 없다면 시장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