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178톤 철근 누락한 현대건설…하이엔드 '압구정 현대'는?
입력 2026.05.18 11:22|수정 2026.05.18 11:22

Invest Column
'도면 착각' 해명에 시스템 민낯
기술적 면죄부는 평판과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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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구간 공사 현장에서 기둥 80곳의 주철근이 설계 대비 절반씩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월요일 개장 직후 현대건설 주가는 장중 12% 넘게 폭락했다. 주식시장 전반이 빠지는 와중이었지만 그 정도는 가장 심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추가 보강 비용 30억원을 전액 부담하겠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지만 무형의 손실은 계산을 넘어선다. 기업의 핵심 자산인 '브랜드 평판'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기술적 시각과 시장의 시각 차는 극명하다. 현대건설과 건설업계, 일부 기술 학회에서는 글로벌 표준인 한계상태설계법(LSD)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현재 상태로도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공학적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면 붕괴 위험 등은 기우에 불과하며, 강철판을 덧대는 보강 공사를 거치면 당초 설계보다 안전성이 더 강화된다는 일종의 기술적 반론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브랜드 평판의 영역에서 이러한 공학적 설명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비자와 시장이 주목하는 본질은 '사후에 수치를 맞춰 증명하는 안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도면대로 완벽하게 시공할 것이라 믿었던 '시스템의 무결성'이기 때문이다.

    기둥 80곳에서 178톤에 달하는 주철근이 빠지는 동안 현장 소장도, 감리단도, 발주처인 서울시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대건설이 자랑하던 시공 관리 체계의 심각한 결함을 증명한다. 도면 표기를 착각했다는 해명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를 표방하는 기업의 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실책이다.

    이 체계적 부실의 대가가 향후 강남권 랜드마크 정비사업 수주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정비구역에서 자사 최상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대신 '압구정 현대'라는 이름을 앞세우면서 몸을 낮추고 있다. 압구정 수주전이 단순한 정비사업 경쟁을 넘어 향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주도권과 브랜드 위상을 좌우할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설치한 압구정3구역 재건축 홍보관은 이미 화제다. 

    조합원들이 막대한 분담금을 감수하며 현대건설에 손을 들어주고 또는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화려한 조감도나 커뮤니티 시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비싼 이름값의 저변에는 대형 건설사의 품질 관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깔려 있다. 비록 관급공사라고 하지만(관급공사가 더 큰 문제지만) 설계도면대로 짓지 않고 철근이 누락된 지금 이 상황을 조합원들은 기술적 시뮬레이션 수치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선례가 보여주듯,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신뢰 자본의 고갈과 그에 따른 행정 처분 리스크다. 국토교통부의 긴급 감사 결과에 따라 신규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나 영업정지 등 사법적 단죄가 가시화될 경우, 사업 지연을 피하려는 조합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엔지니어들의 수치와 보강 공법으로 공사 현장의 구멍을 메울 순 있을지언정, 한번 무너진 브랜드의 신뢰까지 메울 수는 없다. 현대건설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삼성역 지하의 기둥 보강이 아니라, 화려한 하이엔드 브랜드 포장재 뒤에 숨은 기본기의 붕괴다. 신뢰의 위기를 직시하지 않다면 현대건설이 그리는 압구정과 한강변은 거대한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