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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을 인수하면서, 향후 실명계좌 제휴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이 디지털 자산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첫 단추로, 오는 10월 만료를 앞둔 업비트의 실명계좌 제휴권을 선점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변경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6년간 공고했던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제휴 관계가 종료되면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취득금액을 주식 수로 나누면 두나무 1주당 가격은 43만9252원이다. 이를 두나무 발행주식 총수에 적용하면 전체 지분가치는 약 15조3000억원 수준으로 환산된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대금 둔화로 두나무의 1분기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서 산정한 두나무 지분가치도 11조~12조원대에 그친다.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추정 시가총액 역시 10조원대 초중반으로 거론돼, 하나금융이 인정한 15조원대 밸류와는 차이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시장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측 구주 매물이 있었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곳은 많지 않았다"며 "최근 거래 둔화로 두나무 실적도 꺾인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사실상 15조원 수준의 밸류를 인정한 건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는 전략적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케뱅-업비트 제휴 '10월 만료' 촉각...케이뱅크, 상장 이후 최대 시험대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현 시점에 지분 취득에 나선 배경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가격보다 '시점'이 더 중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가 오는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양사 제휴는 케이뱅크 성장의 핵심 축이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관련 예치금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규모는 5조1990억원으로, 전체 예수금의 18.4% 규모다. 만약 업비트의 실명계좌 파트너가 하나은행으로 바뀔 경우 전체 예수금의 5분의 1에 달하는 자금이 순식간에 증발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IPO를 앞두고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도 업비트 예치금 이탈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투자 위험요인 중 하나로 언급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을 대출 자원으로 활용하지 않고 국채, 지방채, 금융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만 운용하고 있어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중은행과 달리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실명계좌 제휴 변경은 거래소와 은행 간 계약뿐 아니라 당국의 자금세탁방지 심사, 전산·고객 이전, 이용자 편의성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 2020년부터 업비트와 6년 동안 장기간 제휴를 이어온 만큼 단기간에 관계가 정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케이뱅크는 이번 이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지난 1분기 실적발표 IR에서 업비트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던 바 있다. 아울러 공고한 190여개 기관과 거래 기반을 확보하는 등 법인 가상자산 시장 또한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형 법인 고객 기반과 기존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시중은행들이 경쟁에 뛰어들 경우 현재 구도의 변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지부진한 '1거래소 복수은행'…하나금융 '독점 선점' 노렸나
업계에서는 현재로선 '1거래소 2은행' 허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하나금융의 선제 투자 배경으로 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법인계좌 개설 허용 추이를 보며 복수 은행 제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당분간 기존 1거래소 1은행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이번 투자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지만, 당장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고, 은행·거래소 간 역할 분담과 외환·자금세탁 규제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실명계좌 제휴 가능성이 하나은행이 현 시점에 두나무 지분을 인수한 직접적인 동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이 외환·무역금융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향후 가상자산 법인계좌가 본격 허용될 경우 업비트와의 결합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무역결제 시장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나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일종의 '디지털 환전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해외로 무역 대금을 보낼 때 은행에서 복잡한 서류를 거치는 대신 원화를 업비트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초 단위로 해외에 쏘는 방식이다. 현지에서는 이 코인을 다시 그 나라 돈으로 바꾸면 된다. 하나은행의 외환 금융망에 업비트의 인프라가 합쳐지면서 기존 해외 송금 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 가상자산 제휴에 대해 상당히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며 "이번 지분 인수 역시 향후 열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방위적 포석은 물론, 눈앞의 제휴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또한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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