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얹어줄 원매자 사라진 롯데렌탈…그룹 조달계획 어떻게 바뀔까
입력 2026.05.19 14:32

공정위 기업결합 불허로 1.6조 현금 유입 백지화
SK렌터카 프리미엄 소멸, 기존 가격 방어 불투명
유동성 이벤트 지연에 조달 계획 변동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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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롯데는 새 원매자 물색에 다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기존 거래가를 기준으로 협상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당초 롯데렌탈 매각으로 1조원 가까운 현금 유입을 기대했던 호텔롯데의 자금조달 전략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롯데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와 맺은 롯데렌탈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지난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보유 중인 롯데렌탈 지분 56.2%를 총 1조57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어피니티가 앞서 인수한 SK렌터카와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제동을 걸었고, 양측은 끝내 더 이상 거래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롯데는 연내 매각을 목표로 롯데렌탈 거래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롯데가 새로운 원매자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기존 어피니티와의 거래가를 고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피니티는 이번 거래에서 주당 7만7115원에 달하는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SPA 체결 당시 롯데렌탈의 주가가 2만9000원 안팎에서 형성됐던 것을 고려하면 160% 이상의 높은 프리미엄을 반영했다.

    어피니티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SK렌터카와의 결합 시너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SK렌터카를 인수한 데 이어 롯데렌탈까지 확보해 국내 렌터카 1·2위 통합 사업자로 올라서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 결합을 불허하면서 어피니티가 반영했던 시너지 프리미엄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새 원매자는 같은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공정위 불허로 확인된 규제 리스크까지 가격에 반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존 거래의 구주·신주 가격 차 논란도 재매각 협상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어피니티는 롯데 측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하면서, 롯데렌탈이 새로 발행하는 신주는 주당 2만9180원에 발행해 배정받는 구조를 짰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반영하면서도 신주 인수를 통해 평균 인수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당시 구주와 신주 가격 차이가 2.6배 이상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롯데렌탈 지분을 보유한 VIP자산운용 등은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낮은 신주 발행가를 통한 평균 단가 조정이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만큼, 새 원매자 입장에서 기존 어피니티 수준의 구주 가격을 그대로 써낼 유인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는 SK렌터카와의 결합을 전제로 롯데렌탈 인수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라며 "롯데가 새로운 원매자를 구한다고 해도 기존 거래가로 협상을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 초기 구주와 신주 가격 차이 논란도 있었던 만큼 향후 새 원매자와의 협상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거래 무산으로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의 조달 계획도 일정 부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 매각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호텔롯데 입장에서는 1조원 가까운 현금이 유입되면서 차입금 감축과 투자 재원 확보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작년 말 기준 호텔롯데의 유동부채는 5조4466억원으로, 이 중 단기차입금이 3조5228억원에 달한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1조1029억원 수준에 그친다. 특히 호텔롯데는 뉴욕팰리스 호텔 토지 매입, 호텔·면세 사업 투자, 계열사 지원 등 자금 소요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다.

    롯데렌탈 매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롯데는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신종자본증권과 부동산 유동화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해왔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1800억원에 이어 올해 3월 2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롯데지주(1500억원), 롯데컬처웍스(10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500억원) 등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동시에 L7 홍대 세일앤리스백 등 부동산 유동화도 병행됐다.

    이 같은 조달은 단기적인 대응 성격이 강하다. 롯데 계열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5%대에서 6%대 초반으로 형성돼 일반 회사채보다 조달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여기에 콜옵션과 스텝업 구조까지 감안하면 향후 그룹 차원의 차환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매출 3조5816억원, 영업이익 2529억원을 거두면서 영업이익이 70.6% 증가했다. 매각 대상인 롯데렌탈 역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309억원, 영업이익 8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4.8% 개선됐다.

    현 상황에서 그룹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롯데케미칼이다. 흑자전환을 하긴 했지만 일시적 이벤트에 가깝다는 평가다. 원유 공급난이 나프타와 에틸렌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했고,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 효과가 반영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은 여전한 만큼 향후에도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 우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롯데렌탈의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자들과 매각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시장 상황과 회사 중장기 성장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매각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