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2배 ETF, 액면분할·병합 못한다...'반쪽 규제완화'
입력 2026.05.19 14:56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앞두고 사후관리 논의 부상
분할·병합 가능한 주식과 달리 ETF 제도적 성격상 '불가능'
고가 ETF 진입장벽·저가 ETF 호가 부담…당국 "필요성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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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두고 국내 ETF 기존 규제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장 ETF와의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허용했지만, 정작 상장 이후 거래 단위를 조정할 수 있는 분할·병합 장치는 여전히 막혀 있어서다. 상품 출시 규제는 풀렸지만 사후관리 체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단일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와 해외 상장 ETF로의 투자 수요 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거래소 상장규정 등을 정비했다. 이를 통해 국내 우량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상장을 허용했다.

    상품 출시의 문은 열렸지만 상장 이후 관리 체계는 여전히 과거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ETF도 개별 주식처럼 가격 수준에 따라 분할과 병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처럼 기초자산 변동성이 큰 상품이 늘어날수록 ETF 거래가격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ETF는 법적으로 주식이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ETF는 기초자산 가격이나 지수 변화에 연동해 운용되는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되지만, 투자자가 보유하는 것은 주식이 아니라 집합투자증권이다.

    이 때문에 상법상 주식 분할·병합 규정을 ETF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상법은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주식을 분할하거나 병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주식은 액면분할·병합 절차가 있지만 ETF는 상장지수집합투자증권이라는 이유로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며 "ETF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업계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거래 편의에 그치지 않는다. ETF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최소 호가 단위가 지수 추종과 괴리율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시장에서 2000원 미만 저가 ETF의 최소 호가 단위는 1원이다. ETF 가격이 100원이라면 1틱 변동만으로도 등락률은 1%에 육박한다. 반면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나 선물 가격은 이보다 훨씬 촘촘하게 움직인다. 기초자산의 미세한 가격 변동을 ETF 시장가격이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셈이다.

    괴리율 관리 부담도 커진다. ETF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괴리를 좁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초저가 구간에서는 호가 단위 제약 탓에 가격 조정이 세밀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괴리율이 벌어질 경우 투자자는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ETF를 매수하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등 일부 국내 ETF 가격은 10만원대 이상으로 높아진 반면, 인버스 상품 가격은 100원 안팎까지 낮아진 사례도 있다. 지수가 장기간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가격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가격이 50만원이 되거나 100원이 돼도 이를 조정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반면 해외에서는 ETF 분할과 병합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진다. 미국은 ETF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높아지면 운용사가 분할 또는 병합을 통해 거래가격을 재조정한다.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QQQ'(SQQQ)도 상장 이후 여러 차례 병합을 실시했다.

    금융당국도 문제의식 자체는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ETF 분할·병합 필요성에 대해 "관련 이슈는 알고 있고 실무적으로 동향을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입장을 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 아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허용되는 등 상품 다양성과 구조는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상장 이후 거래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는 ETF 시장 초창기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상품 출시 규제 완화와 사후관리 체계 정비 사이의 속도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것은 전향적인 조치지만 분할·병합 장치 없이 상품만 늘리면 불편은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며 "지수가 한 방향으로 장기간 움직이면 레버리지나 곱버스 상품은 100원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는 만큼, 출시 규제뿐 아니라 상장 이후 투자자 보호와 거래 관리 기준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