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사태로 부실채권 주목…경기 반등에도 NPL 쌓이고 담보는 부실화
입력 2026.05.20 07:00

상록수 장기연체채권, 캠코 새도약기금行
올해 은행권 NPL 매각 물량 8~9조원 전망
경기 지표 개선, 부실채권 시장엔 '먼 얘기'
공장은 줄고 상가는 늘고…NPL 담보 질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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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사들이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보유 장기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실채권(NPL) 관리 방식 전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이 줄지 않는 데다, 담보 질 저하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업계는 회수 가능성을 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카드, 우리카드,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는 상록수가 보유한 자사 지분 채권 전액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두고 "약탈적 금융"이라고 비판하자 금융사들이 연이어 장기연체채권 매각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연체채권 정리 기조와 맞물린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을 출범했지만 상록수는 해당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은 최근 5년간 약 420억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록수 사안은 개인 장기연체채권을 둘러싼 문제인 만큼 담보부 자산이 주를 이루는 은행권 NPL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오래된 부실채권의 회수·정리 방식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NPL 투자업계에서도 향후 회수 환경과 가격 산정에 미칠 영향을 살피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여전히 대규모 NPL 매각을 이어가고 있다. NPL 업계에서는 올해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을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8조~9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둔화로 한계차주가 늘어난 데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2023년부터 NPL 매각을 꾸준히 늘려왔다. 업계에서는 당초 2024년을 정점으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체와 부실 흐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기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NPL 감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694%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속보치를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61%에 그치며 한은 통계에 포함된 주요 41개국 중 38위까지 밀렸지만, 올해 1분기 들어 순위가 급반등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한 NPL 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개선됐다고 해서 은행 NPL에 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경제 성장률과 NPL은 보통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 영향이 큰데, 그 외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고 부동산 쪽도 계속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은행권 NPL 매각 풀의 담보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이 내놓는 물량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사 입장에서 회수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려운 자산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지방은행 NPL 풀에서는 공장 담보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장 담보가 일부에 그치고 상가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장 담보는 실수요와 처분 경로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편이다. 반면 상가 담보는 공실, 임대료 하락, 상권 침체, 금리 부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상가 비중이 높아질수록 회수 기간과 처분가 불확실성이 커진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 NPL 풀에 공장 담보가 절반 이상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장은 한두 건에 그치고 대부분이 상가"라며 "담보 질이 낮아진 만큼 가격을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록수 사태가 민간 NPL 투자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간 NPL 투자사들이 주로 다루는 자산은 담보부채권, 기업여신, 부동산 관련 NPL로, 개인 장기연체채권 성격인 상록수 사안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둘러싼 정책·여론 압박은 가격 산정 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꼽힌다.

    한 NPL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록수 이슈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추심을 과도하게 막는 방향으로 정책이 확정될 경우 회수할 때 불리할 수 있어 가격을 보수적으로 봐야 하는 영향은 있다"고 말했다.